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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얼이 그린 흑인, 그리고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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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까지 단체전 '원니스'서 작품 전시
천조각·테이프·스티커 등 활용한 콜라주

유나얼 'Believeth'

유나얼 'Believ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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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왼쪽을 응시하는 흑인 아이 드로잉. 바탕에는 다양한 오브제가 덕지덕지 붙었다. 천 조각, 테이프, 종이, 스티커. 흔하지 않은 소재지만 귀하지도 않다. 의정부 미군기지에서 버려지거나 자메이카 등 해외에서 주워온 쓰레기다. 하지만 유나얼(38)의 손을 거치면 작품의 일부가 된다. 신중하게 잘라 드로잉 위에 이리저리 얹는다. 배치할 자리를 찾아 조심스럽게 붙이면 콜라주(Collage) 작품으로 새 생명을 얻는다.

유나얼은 식품 포장용지 하나도 소중히 다룬다.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버려진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는 대상도 주로 소외된 이들이고요." 그의 손때가 묻은 작품이나 추억 어린 물건도 오브제가 된다. 유나얼은 흑인 아이의 왼쪽 하단에 10년 전 그린 흑인 청년 드로잉을 붙였다. 하얀 셔츠를 입고 정면을 바라보는데 눈이 멀었다. "흑인 아이를 그려놓고 보니 신앙적인 메시지가 생각났어요. 두 눈을 가졌지만 앞을 볼 수 없는 청년을 꼭 넣고 싶었죠. 믿음은 볼 수 없는 거예요. 반대로 흑인아이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직시하고 있고요."
제목은 'Believeth(믿다).' 진리에 다가간다는 뜻이다. 'Believes'의 옛 표현인데 요새는 거의 쓰지 않는다. "킹 제임스 성경에 나오는 단어에요. 보편화된 성경 중 가장 역사가 깊어 단어까지 믿음이 가죠."

유나얼과 'Self Portrait'

유나얼과 'Self Port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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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얼은 개인전을 아홉 번이나 연 실력파 시각예술가다. 대중은 싱어송라이터로 기억하지만 도봉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붓을 잡았다. 단국대학교에서 서양화와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그는 음악과 미술 세계를 분리하지 않는다.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영역으로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브라운아이즈 두 번째 앨범(2002년)부터 앨범 디자인을 도맡았다. 대부분 흑인을 그렸다. 앨범에는 흑인음악을 담았다. 1970년대 소울 사운드부터 1990년대 리듬 앤드 발라드(R&B)에 이르는 복고적 음악이 섬세하다. "흑인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곱슬머리까지 닮고 싶을 정도에요."

동경은 성북구립미술관에서 31일까지 열리는 단체전 '원니스(Oneness)'에서 엿볼 수 있다. 신건우(38), 몽라(39), 송원영(38) 작가와 함께 참여한 전시에서 특기인 콜라주를 선보인다. 작품 중앙에는 대부분 흑인이 있다. 여기에 오래된 오브제와 텍스트를 더해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흑인의 음악과 다양한 정서를 아날로그적으로 전한다. 성북구립미술관 김경민 학예연구사(36)는 "음악 세계와 자전적 삶의 이야기들을 평면과 입체의 관계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한다"고 했다. "직접 수집한 오브제들이 한 화면 위나 공간 속에서 순간적인 감흥과 우연의 개입을 통해 화면 위에서 그려지고, 붙여지고, 재배치돼 하나의 통일된 세계(Oneness)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유나얼 'Son of man'

유나얼 'Son of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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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특징이 한 가지 있다. 독실한 종교인으로서 지켜온 신념이 드러난다. 유나얼은 "인류의 죄와 그리스도의 구원이라는 성서의 내용을 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제게 예술은 하느님과 분리된 세계에서 믿음을 채우는 작업이에요. 창조주를 기억하며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표현하죠. 그리스도인으로서 완벽하진 않지만 늘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요." 그는 2012년 자신의 첫 솔로앨범을 내놓으며 "현대사회의 일상에 지친 대중에게 치유와 위안을 전하는 데에 목적을 뒀다"고 했다. 지금은 다르다. 어떤 예술 작품도 영혼을 치유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근본적인 고통은 인간의 손으로 절대 치유될 수 없어요. 단기간 그런 감정을 받을 뿐이죠." 그렇다면 그가 만든 작품은 무엇일까. 유나얼은 담담하게 말했다. "진리 안에서의 자유로움이요. 그렇게 바라봐주셨으면 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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