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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한 성추행 원어민 교사…손놓고 있던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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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의 소통을 강조해 온 아시아경제는 오늘부터 독자의 억울한 사연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 취재한 내용을 기사화합니다. 이 기사는 아시아경제 자매 사이트인 억울닷컴(www.eogul.com)의 '기자가 간다' 코너에 올라온 사연 중 공익 차원에서 기사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취재한 것입니다.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자신이 가르치던 여학생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교사가 수사 당국이 사건을 방치하는 틈을 타 해외로 도주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피해 아동의 부모가 여러 차례 당국에 수사 상황을 문의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당국은 이를 대부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검찰과 사건 관계자들의 설명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2부(이선봉 부장검사)는 경기도 화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며 3학년 여학생 A양(10)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B씨(43ㆍ남)를 최근 기소중지 처분하고 사실상 수사를 접었다.

기소중지는 범죄 혐의나 정황이 충분한데도 피의자의 소재가 불분명해 신병 확보가 되지 않을 때 검찰이 내리는 처분이다.
B씨는 지난 3~4월 수 차례에 걸쳐 "가르쳐줄 게 있다"며 수업 도중 A양에게 접근해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았다.

A양의 부모는 지난 4월 중순 A양이 B씨를 '변태'라고 지칭하며 그의 행각을 재연하거나 "오늘은 세 번이나 그랬다"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고 학교에 정황을 알린 뒤 학교장 등과의 논의를 거쳐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배당을 하고 수사를 시작한 직후인 지난 5월5일 해외로 돌연 출국했다.

경찰은 지난 4월 20일께부터 수사를 진행하다가 같은 달 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출국 전 열흘 넘게 학교에 무단 결근했다.

검ㆍ경은 초동수사 이후 B씨가 달아나기까지 약 보름이 흐르도록 출국금지 조치조차 내리지 않았다.

A양의 부모는 B씨의 출국 사실을 모른 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를 검찰에 거듭 묻고 대검찰청에 '사건이 방치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민원까지 제기했으나 이렇다 할 대답은 듣지 못했다.

A양의 아버지는 심지어 B씨가 출국한 뒤인 지난 5월 20일께 '외국인인데 도주 우려는 없느냐'고 검찰에 물었을 때도 '걱정 없다'는 취지의 답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B씨가 출국하고 한 달 반이 흐른 지난 달 20일에야 A양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B씨의 출국 사실 및 기소중지 처분 사실을 알리고 B씨가 재입국 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B씨의 소재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의 아버지는 "당시 검찰 수사관이 '원래 이런 것(도주 사실 등)은 알려드리지 않는데, 또 대검에 신고하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알려드린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B씨의 도주 사실을 안 뒤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했는데 '검찰을 누가 어떻게 상대하겠느냐'며 포기하라더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의 기록만으로는 혐의가 그리 명확하지 않았다"면서 "B씨가 해당 학교에 채용되기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 거주했기 때문에 그렇게 갑자기 출국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던 점 등 여러 제반 상황을 고려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2014년 1학기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형태로 해당 학교에 채용돼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학교는 지난 달 1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B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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