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전력시장에서 판매가 개방되면 전기요금이 오르고 민간기업이 폭리를 얻게 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판매개방안은 한전의 판매부문을 분할하겠다는 빅뱅방식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민간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여 판매부문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판매부문의 개방은 전력산업이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용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요금을 적용해 주택용 소비자는 높은 요금을 내고 있고 산업용과 농사용 소비자들은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싼 요금을 지불하는 이른바 소비자 간 교차보조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주택용의 경우 누진요금은 6단계까지, 누진율은 최대 11.7배에 이르고 있다. 일례로 100kWh를 사용한 경우와 그 10배인 1000kWh를 사용한 경우를 비교하면 부가세까지 포함한 실부담액은 무려 73배의 차이를 보여 이른바 요금폭탄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전력의 판매개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인 또는 2인 가구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적어서 기본요금은 싸되 사용량 요금은 비싼 요금제를 택할 수 있으며, 반대로 24시 편의점의 경우는 기본요금은 비싸되 사용량 요금은 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다소의 정전 가능성을 감내하는 저렴한 요금제와 반대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보장하는 고급 요금제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게 된다.
전력산업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마치 KTX의 등장으로 항공산업이 크게 위협받듯이 저유가와 도시가스 및 지역난방의 확산 등으로 전력산업도 이제는 다른 에너지원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기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기와 가스는 취사용과 냉난방용으로 가정용 소비자의 선택을 위해 활발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력산업에서 판매부문의 경쟁도입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경쟁압력이 전력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다른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정부나 한전이 전기요금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싶어도 정치권과 국회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2011년의 9ㆍ15 순환정전도 고유가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지나치게 억제하자 대체수요로 전력소비가 급증하면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전력 판매부문의 경쟁은 어차피 소비자의 선택을 전제로 하므로 정부의 인위적인 규제가 사라질 수밖에 없어 민간사업자뿐 아니라 기존사업자인 한전도 한껏 경쟁력을 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경제개발기인 1960~70년대에 독점산업이었던 라면과 치약의 가격을 엄격하게 규제해 제품도 조악했고 상품의 다양성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라면과 치약시장의 경쟁도입은 정부의 가격규제를 퇴장시키고 제품의 다양성과 소비자 선택의 폭을 크게 확대시켜 시장규모가 도약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전력시장의 판매개방은 새로운 전력서비스의 다양한 창출과 소비자 선택이 어우러지면서 전력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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