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담담하게 관망…조합·건설사 긴장
'묻지마 청약' 차단 효과…대출금리 양극화
일부선 "실수요자만 피해" 역효과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별다르게 문의가 늘었거나 급매물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네요.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은 어차피 중도금 대출보증에 크게 신경 쓰지 않거든요. 실수요자들 또한 대부분 분양가에 상관없이 당첨을 원하고 있어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강남 K중개업소 대표)

"조합 내부에서는 앞으로 일반분양이 예전처럼 잘 팔려나갈지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분양가 책정을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할 지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분양일정이 계획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입니다.(강남 재건축단지 분양 관계자)


28일 정부가 중도금 대출보증을 최대 6억원(지방 3억원)까지만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자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담담하거나 긴장된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치솟는 분양가를 잡고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보증에 금액과 건수 한도를 도입했다.

이를 두고 한 켠에선 평온한 모습이었다. 지난주 정부가 분양권 불법거래 집중단속에 나서자 일제히 문을 닫았던 중개업소들은 업무를 재개했다. 중도금 대출보증 한도가 설정됐다는 부분을 인지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정부의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간 영향도 작용하는 듯 했다. D중개업소 관계자는 "브렉시트가 강남 재건축을 살렸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재건축조합 내부에서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고분양가 행진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인데, 이를 아랑곳하지 않기엔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고분양가 주택을 분양받으려는 수요자들의 특성상 중도금 보증금액 강화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그보다는 합리적인 선으로 분양가를 낮추지 않을 경우 다양한 후속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분양가를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경우 3.3㎡당 5000만원 수준에서 4000만원대 후반으로 이미 분양가를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일단 고분양가 흐름을 차단하는 데는 성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일반분양 물량의 가격 수준이 수익을 좌우하는 구조여서 분양가를 내리려 할 경우 재건축조합 내부 갈등이 커지고 분양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포주공3단지 조합은 1000여명의 조합원 뜻을 반영해 분양가를 결정해야 하는 탓에 극히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묻지마 청약'에 나서고 있는 단기 투자 수요를 잡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 B중개업소 대표는 "시중에 여윳돈이 많아지고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한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일반분양에 청약을 해왔다"면서 "정부의 강한 메시지가 투기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AD

일부 사업지에선 중도금 대출금리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분양가가 9억원 이상과 이하일 때, 대출 건수와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HUG의 중도금 대출보증을 받지 못하면 시공사의 연대보증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지방 등 실수요자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들 대부분이 단기 차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보증에 규제를 가해도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세력을 막기 위한 정부의 고민은 이해한다"면서도 "보증 건수와 금액을 지금처럼 제한하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