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터 중소 자본까지 속속 유입…상권 확대 지속
“부동산 매물 거래 대부분 투자 목적”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이달 1일 오후 9시. 요즘 '뜨는 골목'이라는 서촌 일대는 불야성을 이뤘다. 경복궁역을 시작으로 자하문로 큰 길가는 '스타벅스', '토니모리', '파리바게트' 등 유명 브랜드의 한글 간판이 끝없이 이어졌다. 불과 수십미터를 걸어가는 길에 화장품, 커피숍, 요식업체 등 프랜차이즈 업체만 30여개. 한옥마을로 지정됐지만, 번쩍이는 네온사인은 강남역 번화가를 연상케 했다.
서울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청운효자동과 사직동 일대를 뜻하는 서촌은 고즈넉한 한옥 마을의 운치와 크고 작은 카페, 미술관이 운집해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동네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인근 사업자들은 '이미 늦었다'는 반응이다. 옥인길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자 김경수 씨는 “최근 2~3년새 임대료가 3배 가까이 뛰었다”며 “10평기준 50만원 받던 임대료는 현재 120~13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서촌에서 장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꼬리를 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 이유미씨는 “서촌 지역 매물은 투자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상가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벌이거나, 임대료를 지불하고 주로 공방, 액세서리 가게 등을 오픈한다”고 말했다.
맥주집, 횟집, 전통주집 등 60여개 점포들이 길을 따라 늘어진 자하문로 사잇골목에 위치한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도 마찬가지. 소주잔을 기울이는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이 골목길도 점포 교체 주기가 짧다. 이날 한 점포는 새까맣게 그을려 텅 빈 채 상태였다. 맞은편에 위치한 A점포에 이유를 물으니 “사업자가 바뀌어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그렇다”며 “기존 사장은 400만~500만원 가량의 월세에 권리금까지 감당해야 했으니 이중고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먹자골목 조성 초창기인 2012년부터 장사를 해왔다는 B횟집 사장은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도 많지만, 접고 나가는 수도 상당하다”며 “프랜차이즈를 못 들어오게 하더라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를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말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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