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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석유소비, 중국도 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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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굴뚝' 중국서 인도로
10년전 중국처럼 에너지 갈증에 투자 확대
2040년까지 세계에서 원유 소비 가장 많이 늘 듯


인도 석유소비, 중국도 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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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에너지 소비에서 인도가 제2의 중국이 돼 가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인 중국이 요즘 굴뚝산업으로부터 발을 빼려 드는 반면 세계 제2의 인구대국 인도에서는 굴뚝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인도는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를 점차 주도하고 있다. 인도는 10년 전의 중국처럼 국내외에서 새로운 석유 생산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의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도에는 이점이 하나 있다. 중국이 석유를 게걸스럽게 소비한 2008년 당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47.27달러였다. 그러나 현재 유가는 2014년 중반 수준에서 5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인도는 석유를 전년 대비 4% 더 사들였다. 하지만 수입 비용은 되레 600억달러(약 71조700억원)나 줄었다.

영국 런던 소재 시장조사 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저유가 기조, 구조적·정책적 변화가 이어지면서 1990년대 중국처럼 인도의 석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며 "당시 중국의 석유 수요는 인도의 현 수요 수준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1999년 중국의 경제 규모는 10조달러를 웃도는 현 규모의 10%도 안 됐다. 당시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 거리는 자전거·택시·버스와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지금 외국인의 제조업 투자 덕에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2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석유 수요는 거의 세 배로 늘었다. 중국은 급기야 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등극할 태세다.

중국은 기업들의 엄청난 에너지 갈증으로 지난 10년 사이 세계 곳곳에서 1690억달러에 상당하는 에너지 자산을 낚아챘다.

인도가 에너지 소비대국으로 떠오르는 사이 운 좋게도 이란의 문이 다시 열렸다. 한때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제2산유국이었던 이란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제재로 석유에 투자하지 못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이란의 테헤란을 정상 방문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날 모디 총리가 이끄는 경제사절단이 이란 측과 에너지, 철도, 이란 동남부 차바하르 항구 개발 관련 프로젝트의 각종 계약과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도는 차바하르 항구를 낀 자유무역지대의 투자·개발에 적극적이다. 앙숙 파키스탄에 가로막힌 중앙아시아행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란·파키스탄 접경지대와 가까운 차바하르는 인도 서안에서 800㎞ 떨어져 있다. 인도와 이란은 비료 및 석유화학 공장 건설도 논의 중이다.

요즘 인도는 성장 초기 단계의 중국과 매우 흡사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아시아 제3의 경제대국 인도는 지난해 석유를 하루 400만배럴 소비했다. 올해 소비량은 세계 제3의 경제대국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오는 204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석유를 소비하는 나라가 될 듯하다. IEA에 따르면 2040년이면 인도의 하루 석유 소비량이 600만배럴 느는 한편 중국의 경우 48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처럼 인도의 경제성장도 제조업이 주도하고 있다. 모디 총리가 내세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의 목표는 오는 2022년까지 제조업 일자리 1억개를 더 만들고 자국 경제의 제조업 부문 비중을 25%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제조업 부문 비중은 18%였다.

제조업 상품을 수송하는 데 선박과 트럭이 필요하다. 게다가 제조업은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리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2016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인도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 회계연도 대비 5.6% 늘어 2000만대를 웃돌았다. 석유 소비가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경우 2500만대, 일본에서는 490만대가 팔렸다.

인도 제2의 정유 소매업체 바라트페트롤리엄의 P. 발라수브라마니안 이사는 "인도인의 기동성이 개선되고 생활수준이 높아졌다"며 "제조업이 활성화하고 상품 수송량이 늘어 디젤유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IHS의 라지브 비스와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1650달러에서 오는 2025년 4700달러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인도인들의 자동차 구매와 항공여행도 늘 게 분명하다.

2016회계연도 인도의 가솔린 소비량은 전 회계연도 대비 14.5% 이상 늘었다. 2002년 이래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디젤유 소비량은 7.5% 증가했다. 4년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중대형 상용차 판매량은 30% 늘었다. 인도에서 소비되는 디젤유의 40%는 상용차 연료용이다.

인도 최대 정유업체 인디안오일의 B. 아쇼크 회장은 "경제가 성장할 경우 제조업이 중시돼 에너지 수요는 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필요한 석유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처럼 에너지 자산에 대거 투자 중이다. 인도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해외 에너지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30억달러다. 2012년 이래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인도 기업들이 지금까지 러시아 시베리아 유전·가스전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50억달러다. 이는 하루 25만배럴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도 자체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76만배럴이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에서 동남아시아 석유·가스 업체들을 담당 중인 비카스 할란 애널리스트는 "인도 기업들의 에너지 투자 타이밍이 절묘하다"며 "많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은 저유가에 따라 유전·가스전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인도의 에너지 기업들은 해외 유전·가스전 투자에서 돈 많은 중국 업체들에 밀리곤 했다.

인도는 자국 내 에너지 자원도 개발 중이다. 현재 석유업체들이 세계 전역에서 투자를 미룬 프로젝트 규모는 380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인도 국유 석유탐사업체 오일앤드내추럴가스는 최근 자국 동해안의 한 유전 개발 비용으로 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유전개발이 완료되면 인도의 석유 생산량은 10%, 천연가스 생산량은 18% 증가한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싱가포르 주재 비렌드라 차우한 애널리스트는 "모디 정부가 가장 우선시하는 게 경기확대"라며 "경기확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에너지"라고 말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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