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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②]그녀가 햇빛과 물로만 살아가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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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다리 물었던 개가 잔인하게 죽는 꿈...인간의 폭력성에 놀라
욕망 포기한 주인공과 욕망 포기할 수 없는 주변인들과의 갈등 조명

[맨부커상②]그녀가 햇빛과 물로만 살아가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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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어떤 소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멀리하며 자신을 몰아가는 한 여자를 통해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폭력성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가 한강(46)씨가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 호에 게재한 중편으로, 또 다른 중편 '몽고반점', '나무 불꽃'과 묶여 2007년 연작 소설집(창비)으로 발표됐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더 베지터리언(The Vegetarian)'이라는 영문 제목으로 출간됐다. 지난 1월에는 같은 제목으로 미국에서도 선을 보였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의 남편, 형부, 언니 등 세 명의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된다. 1부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는 자신의 다리를 물었던 개가 잔인하게 죽는 꿈을 꾼다. 그는 폭력에 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려고 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한강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는 영혜를 통해 인간의 폭력적 본성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이러한 고찰은 이상문학상을 받은 2부 몽고반점으로 연결돼 소설의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한다. 영혜의 형부이자 비디오아티스트인 '나'가 영혜의 몸을 욕망하는 이야기다. 3부 나무 불꽃에서는 식음을 전폐하고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언니인 인혜의 눈으로 담담히 바라본다.

한강씨는 욕망의 주체로서의 삶을 포기한 영혜와 무엇인가를 욕망하고야 마는 주변 인물들을 대비해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폭력성의 근원을 상처와 기억의 문제로 정리한다.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57)는 "인간의 오래된 미적 본능인 탐미주의를 극단까지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인간 욕망의 추함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상반된 두 가지 태도를 똑같은 강도로 이끌면서 소설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고 했다.

소설에는 한때 채식주의자의 삶을 살았던 작가의 경험이 일부 반영됐다. 한강씨는 "20대 중반에 고기를 먹지 않았다. 당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내게 고기를 먹이려고 했는데, 그런 반응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잔인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인간의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에서 소설을 시작했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폭력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했다.
채식주의자 못지않게 영국 문단과 언론이 주목한 한강씨의 작품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영문판 제목: Human Acts)'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3월 6일 작가와의 인터뷰를 게재하며 이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국제적으로 호평 받는 남한 작가, 폭력적인 과거 역사와 맞서다"라는 부제를 붙인 뒤 이 소설이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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