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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서 ‘숲 치유사’로…눈 감을 때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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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숲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잎새에 이는 작은 바람소리, 야생동물의 분주한 움직임, 숲 공기의 청량함 그리고 내가 지금껏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깊은 호흡 속에서 불씨를 얻어 희미해져 가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면서입니다. 교사에서 산림치유 지도사로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합니다.”

올해 8월 개원 예정인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이하 치유원)에서 만난 여은희 씨(36·사진)가 지긋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교육계를 떠나 치유원으로 적을 옮겼다.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생각을 나누는 ‘교직’을 천직으로 여겼던 그가 최근 자리를 옮기게 된 배경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치유원에 오기 직전(3월)까지 대구 등지에서 고교 생물교사로 활동을 해왔다”는 여 씨는 “교사로 활동하는 일 자체가 즐거움이고 보람이었지만 보통의 학교에서 느끼는 아쉬움과 한계는 늘 있었다”며 “배움의 길에 선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식’보다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까닭”이라고 말했다.

여 씨는 최근 공립학교에서 교직생활에 쉼표를 찍기 전 대안학교에서 1년여 간 교사로 활동한 이력도 가졌다.
당시 그는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고 일반학교에서 활동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머물게 된 대안학교 생활이 그에게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 씨는 “전라도 화순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 때가 있다”며 “그곳에는 일반 학교에서의 정형적 교육과정을 대신해 대안교육을 선택한 아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아이들의 특성상 학교 내 교육방침도 일반학교와는 달랐다”고도 했다. “그곳 대안학교에선 1박 2일 야외수업 등 체험위주의 수업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변화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는 그는 “당시의 교육과정은 자연을 모토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을 느꼈던 것”이라며 “덩달아 이 무렵 내게도 변화가 일어 산림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론 직업을 바꾸게 되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실제 당시의 경험은 여 씨가 지난 10여 년간 산림에 관해 배워가는 이유가 됐고 치유사 등 산림분야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종국에는 직업을 전환하는 근거가 됐다.

그는 “교육계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 시점에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이전의 기억은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면서도 “하지만 치유원에서 보다 넓은 연령층,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산림이 주는 혜택을 피부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선 충분한 의미와 보람을 찾게 된다”고 자부했다.

이어 “숲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말없이 사람들을 안아주며 같은 장소, 시간대에 각기 다른 느낌으로 새로움을 전한다”며 “여기에 숲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은 사람들에게 있어 언제나 즐겁고 활기찬 에너지가 된다”고 숲에 의미부여를 했다.

그러면서 “치유원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본인 스스로의 감각으로 숲을 체험, 일상적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자아(自我)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데 활동 의의를 두겠다”며 “더불어 이러한 활동과 시간을 토대로 숲 체험에 임한 개개인이 일상으로 돌아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향후 산림치유 지도사 활동의 청사진을 그렸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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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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