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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어린이 삶에서 슬픔외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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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홍보물 찍다 고발 영화로 바꾼 러 만스키 감독

비탈리 만스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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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북한은 모든 촬영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다큐멘터리 작가 비탈리 만스키(53ㆍ러시아)는 계획을 바꿨다. 북한 측 수행원이 눈치 채지 못하게 카메라를 켜고,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카메라를 그대로 놔둔 채 다른 장소도 갔다. 그래서 현장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는 러시아로 돌아가 '태양 아래'를 완성했다. 여덟 살 소녀 진미와 함께 1년간 생활하며 북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영화로,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만스키 감독은 26일 CGV 왕십리에서 열린 시사회가 끝난 뒤 "북한 아이들의 삶에서 깊은 연민과 슬픔 외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인간적인 반응의 부재가 가장 놀라웠다"고 했다. 영화에서 북한 당국은 거대한 사기극을 연출한다. 진미 부모의 직업과 이들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가짜이며, 심지어 공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와 학교로 가는 학생들의 행렬조차 평양 주민들을 동원해 조작한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은 국민을 괴롭히는 범죄의 현장을 최고급 휴양지나 호텔로 왜곡하려고 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 촬영을 시작했다. "북한이 스탈린 체제의 소련과 비슷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생각보다 사정은 심각했다. 만스키 감독은 "소련 시절에는 개인의 삶이 있었다. 노벨상을 받은 작가도 있었다. 그들 중 일부가 해외로 망명하거나 죽임을 당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에는 비슷한 이들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김일성의 가족이 스탈린이 해왔던 일을 반복하고 있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나라가 탄생했다. 북한에 살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얼마나 큰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이 사실이 전달됐다면 영화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라고 했다.

영화 '태양 아래' 스틸 컷

영화 '태양 아래'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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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담긴 평양 주민들의 표정은 경직돼 있다. 조작되는 촬영 현장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대번에 알아챌 수 있다. 그러나 만스키 감독은 북한 측 수행원이 통제하는 촬영 전후 영상을 여러 차례에 걸쳐 보여준다. 평양 주민들의 조작된 일상을 구슬픈 음악으로 엮는 등 영상을 의도적으로 편집했다. 이런 영화는 기록물로서 가치가 낮다. 그러나 만스키 감독은 "잘 찍은 컷이나 잡지에 실린 글만으로는 북한의 실태를 보여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북한을 잘 모르는 서방의 나라에 제대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그는 "자유는 어떤 민족이나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삶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상실된 나라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람들이 사는 데 큰 연민과 아픔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체제 변화가 일어난다 해도 감염된 '병'을 치유하려면 수십 년이 필요하다. 남한은 북한이 그런 부분을 극복하는 데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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