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지인 웨딩 가긴 가야하는데…축의금 부담에다 보는 이들마다 "직장 어디?" 곤란한 질문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취업준비생 연모(29)씨는 친한 대학동기의 결혼식을 앞두고 참석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주고받는 대학동기들 사이에서 할 말이 없어서다. 청년실업률 12.5%, 청년들의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하객 스트레스까지 시달리고 있다.
이씨는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주위에 결혼하는 선배나 친구들이 많아졌지만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며 "한국사회에서 안부를 묻는 건 '직장 어디다녀?' '차는 뭐 뽑았어?'로 시작된다. 취준생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 틈에 섞여있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손모(28)씨는 "결혼식에 가면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묻는 '요즘 뭐해?'라는 말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라며 "매일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불합격을 반복하는 상황인데 이걸 또 남 앞에서 내 입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실패를 되새기는 셈이다. 괜찮은 척 거짓말하는 상황도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친한 지인의 평생 한번 뿐인 결혼식에 빠질 수도 없다. 3년 째 국가고시를 준비 중인 이모(27)씨는 "동창회나 모임에는 안나가면 그만이지만 지인의 결혼식을 안가면 두고두고 서운해 할 것 같아서 그냥 간다"며 "'이번엔 합격했냐'고 물어보는 질문이 제일 괴롭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축의금 모아내기'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중인 김모(28)씨는 "한 달에 30만원정도 용돈을 받는 데 생활비로도 빠듯하다"며 "축의금으로 너무 적은 돈을 내기가 창피해서 친구랑 모아서 낸 적이 있다. 이름을 같이 적긴 하지만 일정금액이 넘어가니까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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