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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 용산기지 내 근현대 역사 유적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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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스트 드래곤힐호텔→메인포스트→주한 미합동군사업무지원단 등 찾아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이정도 규모의 민간인 탐방이 이루어진 건 아마 미군부대 창설 이래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 우리가 용산기지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용산구민 30여명을 인솔하고 미군부대 용산기지를 방문한 향토사학자 김천수씨(39)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지난달 30일 용산구(구청장 성장현)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주민들이 미군부대 용산기지를 방문해 캠프 내 근현대 역사 유적지를 탐방한 것.

지난 3주간 6회에 걸쳐 진행된 평생학습 프로그램 ‘용산학(學) 강좌’의 대미를 이곳에서 장식했다.
탐방에 참여한 구민 역사학도는 30대 젊은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연령대부터 다양하다.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거니와 앞선 강연을 통해 용산의 역사와 미군기지 내 유적에 대한 사전지식을 두둑이 쌓은 터라 더 기대가 큰 모습이었다.

탐방은 용산기지 1번 게이트를 통과해 사우스포스트(이태원로 남단)의 드래곤힐호텔을 들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사령관 관저 정문에 있던 기둥 석재를 옮겨와 호텔 입구 장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어 호텔 뒤편 느티나무 군락지를 방문했다. 일제 강점기로부터, 미군기지까지 민족의 역사를 오롯이 내려다 본 나무들이다.
용산기지 유적 탐방

용산기지 유적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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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동쪽으로 야트막하게 솟은 둔지산(屯之山)에 올랐다. 미군 장교들의 숙소가 위치해 있다. 담장 너머로 용산구청이 지척이다. 둔지산 기슭에는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군 감옥시설(위수감옥)이 남아있다. 웅장한 적벽 담장 사이사이 튼튼한 버트레스(부벽)가 버티고 섰다. 의병 강기동 선생부터 해방 이후에는 장군의 아들 김두한, 김수영 시인, 그리고 백범 암살범 안두희까지 이곳을 거쳐 갔다 한다.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이태원로 차도 위로 설치된 구름다리를 건넜다. 금세 미8군 사령부가 위치한 메인 포스트에 이른다. 가장 먼저 눈의 띄는 유적은 미8군 전몰자 기념비다. 원래 여기에 만주사변 전사자 충혼비가 있었다 한다. 용산기지의 복잡다단한 중층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념물이다.

한미연합사 건물을 지나자 담장 너머로 이태원 경리단길과 남산이 눈에 들어온다. 길은 주한 미합동군사업무지원단(JUSMAG-K)에 이른다. 원래 일제의 육군 장교관사로 쓰였으나 해방 직후 열린 미소공동위원회 소련군 대표단의 숙소로도 사용되었다.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근대 역사의 현장이다.

그 앞으로 남산자락에서 흘러온 만초천(蔓草川)이 동서 300m 가량 이어졌다. 가뭄으로 물은 고여 있지만, 옛 지도 속에서나 볼 수 있던 만초천을 만나서 모두들 반가운 얼굴이다. 일제 강점기 이후 명칭도 욱천(旭川)으로 불렸던 데다 이 곳 이외는 모두 복개돼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시간여 이어진 강행군에도 주민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어느 70대 노(老)학우는 “전혀 힘들지 않아요. 지난 50년간 용산에 살았는데 이번 기회에 몰랐던 사실들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공부가 됐어요”고 고개를 끄덕였다.

용산은 근대 이전에도 한양도성의 관문으로 교통· 군사적 측면에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고려 말 몽고군의 병참기지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보급기지로 활용됐으며 임오군란(1882) 때는 청나라 군대의 주둔지로, 이후 일제 강점기와 광복 이후까지 오랜 기간 외국군이 주둔하는 아픔을 간직해 왔다.

내년부터 미군부대 이전이 시작되면, 지난 100여 년간 밟지 못했던 용산의 땅이 주민 품으로 돌아온다. 구는 앞으로도 주민들이 참여하는 미군부대 탐방 행사를 정례화 한다는 방침이다. 주민들이 지역의 역사를 이해하고, ‘부(負)의 유산’(Negative Heritage) 또한 가능한 원형 그대로 보존해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기지는 일제의 동아시아 침략 역사를 비롯 20세기 중반 냉전 체제 아래 한· 미· UN 교류와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된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라며 “기지가 이전되면 잊혔던 근현대 역사도 복원하고 용산이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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