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BW 휴지조각…개미들 눈물만 뚝뚝

[일러스트=이영우]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현대상선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휴지조각이 되면서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개민)들이 특히 더 땅을 치는 상황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발행된 현대상선 분리형 BW의 신주인수권은 관리종목 지정으로 지난 25일 상장폐지 되면서 거래가 막혔다.

현대상선은 1500억원 규모의 분리형 무보증 BW를 발행하면서 연 3% 금리와 7%의 만기보장 수익률을 제시했다. 당시 이틀간의 청약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사채에 신주인수권이 부여된 BW는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일반 회사채보다 이율은 낮지만 주가가 오를 경우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놓이면서 투자자들은 하늘만 보게 됐다. 사측은 지난 29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황. BW 투자자들은 워런트를 활용한 수익기회를 날린 것은 물론이고 원금 손실을 볼 처지에 놓였다.

손실은 540억원 규모의 채권과 워런트를 들고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는 걸 눈치 챈 기관투자자들은 발빠르게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행사해 원금 보전에 나선 반면 설마하며 현실을 외면한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채권 대용납입 방식으로 주당 5000원짜리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대용납입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때 현금으로 주식을 사지 않고 기존 채권가치를 활용해 납입대금을 충당토록 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대부분의 기관이 이미 주식으로 바꿔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