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법무장관, 검찰총장, 차장검사 등을 지낸 변호사 10여 명이 최근 변호사회의 겸직 허가도 받지 않고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재임 중 수사를 지휘한 기업이나 특혜대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은행에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10대 그룹 사외이사 140명 중 44%가 국세청, 금감원, 공정위, 장ㆍ차관 등 '권력기관' 출신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경영진의 전횡과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 사외이사 제도다. 그런데 기업의 오너, 최고경영자와 연줄 있는 자와 권력기관 출신들이 대거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 결과 견제와 감시 기능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사외이사들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량기업 포스코가 문어발 확장을 하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기까지 사외이사들은 어떤 역할을 했나. 2014년 주전산기 교체문제를 둘러싸고 KB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충돌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할 때는 또 어땠는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외이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제도적 장치를 보강해야 한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사외이사를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는 쪽으로의 기업의식 변화다. 사외이사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 기업 주변을 기웃거리는 권력기관 출신들도 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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