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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떠나는 외국계 은행, 금융허브 유효한가

최종수정 2016.03.17 11:03 기사입력 2016.03.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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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인 UBS가 국내에 진출한 지 21년 만에 은행과 증권업 면허 중 하나를 반납한다고 한다. 영국계 RBS와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가 한국에서 은행업을 접은 데 이은 것으로, 유럽계 투자은행들의 엑소더스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외국 IB를 유치해 우리나라를 2020년까지 동북아의 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이 빗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왜 한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줄줄이 떠나는지 그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UBS가 은행과 증권업 면허 중 하나를 반납하기로 한 이유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본사의 글로벌 경영전략에 따라 한국 내 사업을 재편하는 것일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으로 증권업에서 할 수 있는 업무범위가 늘어난 만큼 굳이 두 개의 라이선스를 가질 필요가 없어진 것도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시장의 매력이 떨어진 것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시아에 비해 산매금융이나 기업금융이 클 여력이 적은 데다 소비자금융의 진입장벽도 높다. 주 수익원이던 외환이나 장외파생상품 투자매매업 분야에 한국 금융사들이 활발히 진출해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도 있다. 여기에 경기부진으로 주업인 인수합병(M&A) 시장이 기력을 잃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사업을 접고 한국을 떠나는 외국계 IB들이 더 나올 수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우리 금융당국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일부 금융당국자들은 금융중심지 육성 정책을 외국 금융사의 '양적 유치'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상하이 푸동지구를 세계적인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며 각종 개혁과 혁신을 단행하고, 싱가포르와 홍콩이 금융허브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현실과는 멀어도 한참 먼 상황인식이다.

2003년부터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동북아 금융허브전략이 유효하다면 전략을 재점검해서 허점을 보완하는 게 순서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우간다보다도 뒤졌다는 부끄러운 평가를 받지 않았나. 금융시장의 후진성을 털어내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세제, 교육, 의료, 주거 등 모든 부문에서 외국 기업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경제활력을 높여 투자은행의 활동무대를 넓혀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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