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해명을 듣는 기자들도 황당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윤 의원이 "김무성이 죽여 버려 이××. (비박계) 다 죽여"라고 한 '막말 파문'이 벌어진 다음날인 9일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물론 윤 의원과 친박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취중 통화내용이 대화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녹음 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친박 이번 사건을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정치적 음모로 몰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번 파문으로 들어난 집권여당의 밥그릇 싸움이 너무나도 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 유출과 공천 살생부 파문으로 계파간 설전을 벌였다. 이런 시기에 친박의 핵심이자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지냈던 사람의 막말은 당의 근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친박이 생각하는 것처럼 '음모'가 아닌 투명하지 못한 집권여당의 공천과정이 문제다. 이재오 의원의 "공천 탈락된 의원들에게 핑계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계파별 공천싸움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당사자들만 모르는 것 같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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