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주변 암 관련성 의심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993년 고리원전의 방사성물질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무려 1300만 배 이상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최고치입니다. 원전 주변의 암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환경운동연합과 최원식 의원은 UN과학위원회의 2000년 방사능 피폭 보고서(United Nations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 Vol 1 UNSCEAR 2000)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제출 자료를 통해 고리원전 1~4호기의 1993년 기체 요오드 131의 배출량이 13.2기가베크렐(GBq)로 미국, 일본, 스위스 등 선진국에 비해 최대 1300만 배 이상 높았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1990~1997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요오드 131은 갑상선암 발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방사성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9년 당시 한국전력에서 발간한 '고리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보고서에서 요오드 131 배출자료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다배출됐음에도 피폭량 계산 결과는 여전히 기준치 이하였던 것이죠. 기준치 이하의 피폭선량에도 불구하고 원전인근 주민들의 암이나 백혈병 발생과 관련성이 있다는 국제적 연구결과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연방 방사선보호청에서 의뢰한 연구프로젝트의 결과가 담긴 이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의 피폭선량 계산식 자체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 유럽방사선방호위원회(ECRR)에서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경우에서도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원전 제한구역 경계에서의 최대개인피폭선량이 규제값이 0.25밀리시버트(mSV)인데 1979년 고리원전 1호기의 '방출액체에 의한 개인최대피폭선량'이 유아의 갑상선의 경우 약 0.3밀리시버트로 기준을 넘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의뢰한 '원전 주변주민 역학조사 관련 후속 연구(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주관 연구책임자 백도명)'는 데이터 확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원전과 주민들의 방사선 관련암 사이의 관련성을 밝혀냈습니다. 방사능에 가장 민감한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을 연구에서 제외한 점, 거리와 시기에 따른 암발생 연관성 등 아직 연구과제가 많습니다. 바다와 대기 중으로 배출된 수 십 종의 방사성물질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592명의 원전 주변 주민들의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우리나라 정부가 기준치 이하의 피폭량이라며 암으로 고통 받는 지역주민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 저선량 방사능 노출로 인한 암발생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앞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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