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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출발합니다, 합천發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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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의 고장 합천의 숨겨진 매력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1960~1980년대 서울 도심 풍경이 재현되어 있다. 그 시절 서울 도심과 골목 풍경은 어찌나 정교하던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의 공간 속으로 빠져들어 간 것 같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1960~1980년대 서울 도심 풍경이 재현되어 있다. 그 시절 서울 도심과 골목 풍경은 어찌나 정교하던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의 공간 속으로 빠져들어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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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때 종로거리를 관람객들이 걸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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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소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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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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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영상테마파크를 찾은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

합천 영상테마파크를 찾은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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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서울 남영역 지하도 풍경

1970년대 서울 남영역 지하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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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를 타고 테마파크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마차를 타고 테마파크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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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경남 '합천'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팔만대장경이 있는 천년 고찰 '해인사'가 우선이겠지요. 습관처럼 떠오르는 해인사 덕분에 합천은 정적이고 엄숙한 기운이 먼저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합천에 들면 해인사를 능가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행지들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해발 1134m의 오도산 정상입니다. 제법 잘 닦인 길을 따라 올라 내려다본 풍경은 가슴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장관입니다. 봄의 물결이 밀려오듯 발아래는 온통 산의 바다입니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1960~1980년대 서울 도심 풍경이 재현돼 있는 '합천영상테마파크'도 있습니다. 그 시절 서울 도심과 골목 풍경은 어찌나 정교하던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의 공간 속으로 빠져들어 간 것 같습니다. 마음의 소리를 찾아 떠나는 해인사 소리길에 들면 정신이 다 맑아집니다. 봄기운이 피어나는 홍류동 계곡을 따라 타박타박 올라서면 팔만대장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뿐인가요. 물안개 핀 합천호 드라이브와 억센 사내의 힘줄 같은 모산재 암봉의 충만한 기는 또 어떻습니까.

◇오도산 정상, 발아래 펼쳐진 산의 바다에 넋을 잃다
합천 읍내에서 서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유난히 우뚝 솟은 봉우리가 있다. '하늘의 촛불'이라는 뜻의 천촉산(天燭山), 까마귀 머리처럼 산꼭대기가 검다고 해서 오두산(烏頭山)으로도 불렸던 오도산이다. 가야산처럼 높지도 않고 황매산처럼 수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1962년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야생 표범이 생포된 깊은 산이다.
오도산 전망대에서 서면 봄의 물결이 밀려오듯 발아래는 온통 '산의 바다'가 펼쳐진다.

오도산 전망대에서 서면 봄의 물결이 밀려오듯 발아래는 온통 '산의 바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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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이 사라진 20년 후인 1982년, 오도산에 도로가 생겼다. 정상에 KT 중계소가 들어서면서 마을 입구에서 1134m 오도산 정상까지 길을 낸 것이다. 급한 경사로 인해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닿는 포장도로 길이만 무려 10㎞에 달한다.
길은 산골 마을과 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다가 팔부능선을 지나면 사방이 탁 트인다. 발밑으로 첩첩이 이어진 산들이 마치 파도처럼 일렁이는 모습은 감동이다. 한눈으로는 '산이 만들어낸 바다'를 도저히 담을 수 없어 시선을 180도로 돌려야 한다.

대개 조망이 빼어난 산들도 정상 부근의 좁은 공간에서만 시야가 터지는데 오도산에서는 정상 부근의 도로를 따라 어느 한 곳 시야를 가리는 데가 없다.

중계소 아래에는 3개의 전망대가 있다. 첫 번째 전망대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합천호를 둘러싼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중중첩첩 이어지는 산줄기가 수묵화를 그린다. 중계소 입구에 있는 세 번째 전망대는 황매산을 비롯해 운해를 뚫고 불쑥불쑥 솟은 산들이 다도해처럼 보인다. 발아래로 오도산 산허리를 타고 오르는 도로가 등고선처럼 구불구불한 곡선을 그린다. 아직 응달에 쌓인 눈이 녹지 않아 도로는 흑백의 선을 연결해 놓은 듯 생경하다.
오도산에서의 으뜸 풍경은 일교차가 큰 날에 봉우리마다 구름이 켜켜이 둘러싸고 골짜기마다 운무가 깔려 있는 장면이다. 어떤 날에는 운무가 파도처럼 출렁이며 산을 넘는 풍경도 연출된다. 이런 풍경을 마주치면 발로 딛지 않고 차로 올라온 것이 새삼 죄스러워진다.

◇합천영상테마파크-옛 서울로 떠나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
장년 세대들이 소싯적 뛰놀고 학교 다니던 서울의 거리. 이제는 그들의 추억 속에만 남아 있는 그때 그 시절 서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1960~1980년대 서울의 풍경을 재현한 합천영상테마파크다.

옛 서울 도심과 골목 풍경을 들여놓은 공간은 어찌나 정교하던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다.

영상테마파크는 꼭 추억을 회상하러 가는 곳이 아니다. 그 시절을 모르는 사람에겐 과거로 떠나는 여행이 될 수 있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던 배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노면전차

노면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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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댐에서 내려온 물이 황강으로 흐른다. 물길을 5㎞ 정도 따라가면 강과 산 사이에 자리한 영상테마파크가 나온다.

간이역처럼 꾸며진 입구에서 표를 구매한다. 과거행 열차 탑승권을 사는 기분이다. 테마파크에서 처음 눈에 띄는 것이 노면전차다. 1898년부터 1969년까지 운행된 대중교통수단으로 부산과 서울에만 있었다. 서울에서는 용산, 노량진, 청량리, 서대문 등 사대문 내부를 두루 순환하는 코스로 운행됐다. 자동차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과거의 유물이 된 전차를 볼 수 있으니 박물관 같은 느낌마저 든다.

모든 것을 새롭게 쌓아 올릴 기세로 개발에 심취한 사이, 서울의 건물과 골목의 풍경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서울의 소시민들은 과거를 추억할 흔적을 빼앗긴 허탈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이곳의 존재 의미는 각별하다.

종로 대로변 건물 뒤편, 거리에는 주황색 공중전화기와 담벼락에는 오래된 영화 포스터가 나붙어 있다. 아이들의 비사치기와 술래잡기에 골목은 떠들썩했다. 해가 지면 대폿집에 모여 하루 시름을 잊었던 노동자, 통닭이 담긴 종이봉투를 들고 귀가하는 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이다.
해인사

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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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서울의 옛 모습을 실감 나게 재현해 이곳에서 촬영된 작품만 수십 편이다.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최근 흥행작인 '암살' '서울 1945' '경성스캔들' '써니' '포화 속으로' 등을 촬영했다.

이처럼 옛 서울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감회에 젖거나 자녀에게 과거의 서울을 알려주기에 이곳만 한 교육장이 없다. 비록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상황을 짐작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경성역, 경교장, 총독부 건물 등 일제강점기 서울 도심을 한 바퀴 도는 마차를 타봐도 좋다.

◇해인사 소리길-홍류동 계곡을 따라가며 마음의 소리를 듣다
팔만대장경판이 보관된 장경판전의 둥근문으로 바라본 풍경

팔만대장경판이 보관된 장경판전의 둥근문으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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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해인사로 가는 길 계곡에 마음을 뺏긴다. 홍류동 계곡이다. 홍류동이란 이름은 어찌나 단풍색이 짙은지 물빛마저 붉게 물들여 붙여진 것이란다. 하지만 막 생동하는 봄날의 계곡도 그에 못지않다. 솔 향기 가득한 우람한 소나무 아래로 겨우내 숨죽였던 계곡물이 시원스레 흘러간다. 이 길이 바로 해인사 소리길이다. 가야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해인사까지 6㎞ 남짓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자연이 만든 천연 터널이 떠오를 만큼 사방을 둘러싼 숲길, 그리고 계곡물 소리를 벗 삼아 올라가다 보면 심신이 편안해진다. 천년 고찰로 향하는 길목에서 세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고 마음속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의미로 소리길이라 이름이 붙었다. 또한 이 길에서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유독 청아하게 들리니 이에 귀 기울이라는 뜻도 있다. 그 이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리길을 걷다 보면 이 길을 오간 이들이 남긴 풍류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천재 문장가 고운 최치원 선생의 글귀도 있다. 그가 글을 읽거나 바둑을 두며 풍류를 즐겼던 농산정은 세월을 품고 계곡을 바라보고 있다. 해인사에 살다 적멸에 이른 성철 스님의 사리탑도 챙겨봐야 한다.

소리길의 끝은 팔만대장경판이 있는 해인사다. 팔만대장경판은 불운하고 불안했던 고려 패전의 시대에 이름 모를 판각공들이 한 획 한 획 새겨넣은 '평화의 기원장'이다.

팔만대장경판이 보관된 장경판전은 최근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훼손을 막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해인사를 찾은 날, 전국 각지에서 단체로 온 신도들은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해인사까지 왔다가 출입통제선 앞에 선 일반 여행객들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문화재 보호에 애먼 여행객들만 낭패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합천=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합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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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해인사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김천분기점을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와 88고속도로를 이용해 해인사IC를 나와 해인사 쪽으로 가면 된다. 오도산은 묘산면사무소를 지나 조금 가다 KT 중계소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산 정상으로 가는 외길이 나온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합천댐 근처에 있다.

▲먹거리= 합천 시내 하나로마트 맞은편의 어신민물매운탕(055-931-1266)의 어탕국수가 일품이다. 해인사 입구에는 산채정식을 내놓는 집들이 줄지어 있다. 맛은 비슷비슷하지만 고바우식당, 향원장식당, 대가야식당 등이 알려졌다. 이 외에도 합천은 돼지고기가 맛나기로 소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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