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저수지 사정은 이보다 더욱 열악하다.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은 68.8%로 예년(80.5%)에 비하여 낮다. 지역별로 편차도 크다. 전북(59.6%)과 전남(66.7%)은 올 봄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체계적 물 관리는 한국인의 숙명이고 사회 유지와 발전의 핵심이다. 우리는 1960년대부터 현재 운용되는 대규모 수자원 사회기반시설을 성공적으로 구축함으로써 경제발전의 기반을 닦았다. 4대강 유역 종합개발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 간 역할과 책임이 조정되었고, 위원장을 경제기획원 장관이 담당함으로써 계획의 실행력이 확보되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되던 물 관리는 1980년 위원회가 해체되고, 1992년에는 방재업무가 당시 건설부에서 내무부로, 1994년에는 상하수도업무가 건설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 2015년 9월 부처별로 분산된 수자원정책을 통합 조정하는 물관리협의회를 총리실에 설치하고 용수확보와 저수지 증설 등 가뭄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뒷받침도 없이 '협의회'를 통해 상위의 법령에 근거한 법정계획들을 통합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997년 총리실에 설치됐던 '수질개선기획단'도 물 관리업무의 통합조정을 시도했지만 취약한 법적 근거 때문에 성과 없이 5년 만에 폐지됐다.
국회도 물 관련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자원 정책을 통합조정하기 위한 '물관리기본법'안은 1997년부터 매 회기마다 발의되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자동 폐기됐다. 현재도 3개의 안이 발의되어 국토교통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으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 통과가 20년 가까이 안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통합조정으로 권한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중앙부처들의 비협조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 국회, 일반국민의 무관심이 가세한 결과다.
물 관리는 법과 제도의 집행이다. 법적 근거 없이 물 관리 업무의 통합조정은 불가능하다. 얼마 남지 않은 이번 국회회기 동안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어 극심한 가뭄을 효율적으로 극복하길 간절히 기대한다.
김승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