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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르네상스를 열자]1년-30년 근속 연봉차, 스웨덴의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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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르네상스를 열자-5]21세기 기업의 인사관리 방향

직무중심 보수체계로 바꿔야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40대 퇴직 부추겨
혁신=성과, 직무중심 인사제도 필요
'종신고용+실력 공존' 캐논사례 눈여겨봐야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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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창업 1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올린 미국의 온라인 유통기업 자포스(Zappos)는 지난해 5월 임원-팀장-팀원으로 이뤄진 조직구조를 없앴다. 대신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서클'을 조직하고 필요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다. 리더를 아예 없앤 것은 아니다. 다만 리더는 위에서 인위적으로 선임한 자리가 아니라 전문성과 성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되도록 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포스의 대표 토니 셰이는 이를 무조건 따르도록 강요하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에게는 퇴직 장려금을 제공하며 퇴직을 유도했다. '근속연수 + 3개월치' 월급, 10년 근속자라면 13개월치 월급이 퇴직 보너스로 주어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이 조직체계가 시행된 이후 1500명의 직원 중 14%(210명)이 회사를 떠났다. 셰이 대표는 "회사가 커지기 시작하면 직원당 혁신이나 생산성은 줄기 마련"이라며 "새로운 조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 저성장의 시대…'거짓 양성'을 줄이는게 핵심 = '자포스의 실험'에서 주목할 부분은 거짓 양성을 걸러냈다는 데 있다. 거짓 양성은 어떤 질환에 대해 양성을 보이는 검사가 그 질환을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도 양성을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는 음성인데 검사 결과는 양성을 나타내는 경우다.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일이 나와 맞지 않지만 임금, 고용 안정성 등 여러가지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로 풀이할 수 있다.

자포스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거짓 양성'을 가려냈다. 조직 파괴를 시도하며 '당신은 우리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를 수 있는지'를 역질문한 것이다. 비전이 맞지 않는 사람을 껴안고 가기보다는 퇴직 장려금을 주고서라도 퇴직을 유도하는 것이 회사에도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다.
저성장에 접어든 21세기 기업들은 거짓 양성을 걸러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단기 급성장을 이어온 과거 수십년 동안에는 지금의 연공서열 조직구조로도 충분히 먹고살 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직 체계를 혁신해서라도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성상현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나의 동일한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 깊이와 전문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조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사관리도 업무 중심으로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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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을 없앤다? 연공서열보다 '일'을 우선순위에 두다 = '자포스의 실험'에서 계층을 없앴다는 것은 조직 구조를 '연차'에서 '직무' 중심으로 탈바꿈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오랫동안 구축돼온 우리나라의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구조'와는 대비된다.

우리나라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달라진다. '한 회사에서 얼마나 오래 일했나'가 임금을 결정짓는 주요 척도인 셈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근로자 근속연수별 임금격차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2014년 기준 30년차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638만원이었다. 20년차는 548만원, 10년차는 375만원, 1년차는 149만원으로 근속연수와 임금이 비례하는 구조다.

30년차와 1년차 근로자의 임금은 4.3배 차이가 난다. 직무별 난이도나 성과와 무관하게 입사연도에 따라 일률적으로 임금 수준이 정해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30년차와 1년차 근로자의 임금은 3.1배 차이가 난다. 이는 일본(2.4배), 독일(1.9배), 영국(1.6배), 프랑스(1.5배), 스웨덴(1.1배) 등 다른 주요 국가보다 격차가 크다. 경제계 안팎에서 제조업의 연공서열식 임금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30대 대기업 역시 40%(12개사)가 생산직과 사무직 등 전 직원에게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생산직에만 호봉제를 적용한 기업은 56.7%(17개)로 97% 가량의 대기업이 호봉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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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직무 중심으로 세분화돼야" =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 구조는 '40대에 퇴직을 준비해야 하는' 파행적인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인텔과 같은 외국 기업은 직무를 중심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반면 우리는 직무의 가치를 떠나 직급에 따라 임금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부장 한 명 해고하는게 신입사원 채용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입사원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의 업무 숙련도나 업무는 회사 규모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기업, 중소기업 여부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신입사원의 임금 총액 기준 연봉은 4057만원(고정급 기준 3646만원)으로 추정됐다. 반면 중소기업 정규직은 2532만원, 대기업 기간제는 2450만원, 중소기업 기간제는 2189만원에 그쳤다.

직무 성격과 그에 대한 성과에 따라 승진, 임금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 교수는 "연차가 쌓이면 숙련이 계속 우상향으로 축적되는 직업도 있지만 어떤 직업은 떨어질수도, 더 급격하게 오를 수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회사 크기, 직급에 따라 임금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사와 근로자 간 신뢰라는 것은 단순히 서로 믿는다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사람과 일에 대한 새로운 질서가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21세기는 '글로벌化'…통합 인사시스템 갖춰야 ='글로벌화'는 점점 더 중요한 경영화두가 되고 있다. 세계 무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급격히 늘면서 2009년 이미 포브스지가 선정한 2000개 글로벌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61개가 포함되기도 했다. 조직관리도 이에 맞춰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대 가구전문 글로벌 기업인 이케아(IKEA)는 전세계에 약 14만70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힘은 '자사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동일한 경영철학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경영철학은 인사철학에서도 묻어난다. 일례로 이케아 직원들은 모두 똑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개인의 지위나 특징이 강조돼 동료집단으로부터 두드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원 모집과정에는 '적합도 테스트'를 시행해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가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10년 이상 지속된 장기 불황에도 성공적으로 글로벌화에 성공한 캐논의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캐논의 성공은 종신고용과 실력주의의 공존으로 대변된다. 성과주의와 사업 구조조정 등 서구의 방식을 택하면서도 종신고용과 같은 가족주의적 조직 관리는 일본식 제도를 유지했다. '화혼양재(和魂洋才ㆍ일본의 혼은 그대로 유지하고 서양 기술만 받아들인다)' 원칙을 현대에도 적용한 것이다.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포스코는 2017년부터 직무ㆍ능력ㆍ성과 중심으로 생산직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이를 위해 외부전문가와 함께 노사합동 연구반을 꾸리고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들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이 생산직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금융권에서는 IBK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취업규칙을 노사 합의로 도입했다.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연공서열식의 일률적인 인사관리 체계로는 기업이 커가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젠 채용부터 조직관리, 퇴직까지 일의 가치에 따라 종합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같은 흐름을 단기간에 바꾸긴 힘들다"며 "우리나라도 연공서열형에서 직무주의를 받아들이려다 이를 절충해 '역할급'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만든 일본의 사례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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