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정월을 맞은 한국인은 그 해 신수를 점치기 위해 '토정비결'을 본다. '토정비결'은 '주역(周易)' 을 기본으로 하지만 괘를 만드는 방법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논란은 있지만 '토정비결'은 조선 선조(宣祖) 때의 학자 토정(土亭) 이지함이 썼다고 한다.
지난 1991년에 발간돼 300만부가 팔린 소설 '토정비결'에 등장하는 이지함은 점술가일 뿐 아니라 지리학과 천문학을 탐구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빈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관찰하면서 생로병사와 인간만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정비결을 쓴다.
소설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부산 한일해저터널을 빠져나오던 관광버스 안에서 승객 전원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고로 시작된다. 터널과 주변 시설들은 폐쇄되지만 '부산 바이러스'라는 알 수없는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는 공포에 떨고,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다.
소설의 무대가 경기도 용인 석성산의 '할미산성'으로 바뀌면서 주인공 두 사람이 등장한다. 잡지사 기자인 미혼모 윤희수와 국가안전처 공무원 고북하. 둘은 대학 선후배로, 한때 연인이었다. 두 사람은 중년이 된 지금도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다. 특히 고북하에겐 중학생 시절 꿈에서 만난 여인을 닮은 윤희수가 가볍지 않은 인연이다.
소설은 고북하와 윤희수를 중심으로 바이러스 사태를 긴박하게 그리면서 강일순의 일대기를 촘촘하게 되살린다. 강일순은 동학혁명이 실패한 뒤 민초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하고 구제책을 찾기 위해 정역(正易)의 저자 김항을 만나고 유ㆍ불ㆍ선 등의 기성종교의 교리와 음양ㆍ풍수ㆍ복서ㆍ의술 등을 연구하는 한편, 신명(神明)을 부리는 도술과 과거ㆍ미래를 알 수 있는 공부를 한다.
저자는 그동안 우리 민속과 역사,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해 왔다. 그의 대표 소설 '토정비결'은 이지함의 운명론적인 민족성과 예언적 인생관, 그리고 한국인만의 독특한 해학성을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후에도 다양한 저작을 남겼다. '상왕 여불위', '천년영웅 칭기즈칸', '당취(黨聚)', '하늘북소리' 등이 있다.
(이재운 지음/나무옆의자/1만3000원)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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