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첫 국립현대미술관장 바르토메우 마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말부터 10월까지 공개모집을 해 서류ㆍ면접심사를 거쳤으며 지난달 임용후보자 신원조회를 끝내고 마리 관장을 임명키로 결정했다고 2일 발표했다. 마리 관장은 오는 14일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다. 임기는 오는 2018년까지다.
마리 관장이 임명되기까지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마리 관장이 후보로 물망에 오르자 작품검열 전력 등이 문제로 거론됐다. 마리 관장은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에서 일하던 지난 3월 후안 카를로스 1세 스페인 전 국왕을 희화화한 작품을 "미술관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전시 취소시켜 논란 끝에 사퇴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마리 관장의 현대미술에 대한 전문성과 폭넓은 세계적 관계망이 미술관 운영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문체부는 "마리 관장의 재임 기간 중 법인화를 추진해 미술관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제고하고, 세계적 기준에 맞게 미술관의 선진적인 운영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미술계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동안 산적한 미술계 과제를 정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세계 미술의 흐름 속에 한국작가와 우리 미술이 합류하는 데 역량 있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다. 다만 국내 미술에 정통한 인사를 부관장직으로 임명해 보완 운영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한 화랑 대표는 "국내 미술계에 오래 몸담은 사람이 관장으로 되는 게 바람직하긴 하다. 그러나 국내 미술계 계파 논란 등 정화과정도 필요하고 관장직을 공석으로 계속 비워두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도 높다. 미술인 500여명이 지난달 12일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에 즈음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해 전시 검열을 우려했고, 이후 '국선즈'라는 이름으로 릴레이 1인 시위 등 반대운동을 해왔다. 오는 6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에 입장을 발표하고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관료집단 등 미술계 외부와 내부의 합리적인 대화채널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마리 관장의 전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과도 맞닿아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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