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지난해 말 급진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프랑스 파리 테러, 다국적군의 시리아내 IS공습은 모두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감행하며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새해를 맞았지만 테러의 공포는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프랑스 식당에서 폭탄테러,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고 시리아와 이라크에 대한 서방의 공습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처에서 자행되는 테러는 인간 문명의 야만성을 드러낸다. 서로를 테러의 대상으로 삼고, 그 대상을 온갖 악의 근원으로 치부하며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서구중심주의' 대 '이슬람중심주의'의 충돌은 극단적인 '근본주의'가 '복수의 악순환'으로 점철되는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오늘날 근본주의의 원인을 '서구문명의 세속화와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서 유래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에 저항하는 대항 근본주의가 생겨났으며, 이렇게 대립하는 근본주의자들은 쌍방이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근본주의'라는 개념이 지닌 오해도 지적하고 있다. 근본주의를 '이슬람의 이념'으로 국한하는 오리엔탈리즘과, '서구의 문화제국주의적 이념'으로 여기는 옥시덴탈리즘이 그 예들이다.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은 각각 서양에서 비서구인인 동양인을 열등한 종족으로 취급하는 시각, 동양에서 서양을 비인간적이고 천박하며 물질적으로 치부하는 인식이다. 이외에도 '아메리코필리아적 시각'은 보수 정치권과 결탁된 미국 기독교의 근본주의를 연상케하며 서구 주도의 세계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슬람포비아적 시각'은 이슬람을 근본주의란 이름으로 핵확산, 테러리즘의 본거지이자 골치아픈 이민문제의 본산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유럽ㆍ미국 대 이슬람,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유대교 대 이슬람 갈등, 인도 내의 여러 종교갈등에서 벌어지는 테러는 '종교와 정치의 불온한 밀월관계'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저자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어릴 적 유교풍습이 짙은 가정에서 자랐다. 서른셋에 청상이 된 어머니가 평생을 수절하며 종부(宗婦)로서 살아온 모습을 보았다. 저자는 '유교 근본주의'가 강요한 굴레에 벗어나고자 기독교로 개종하고 신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기독교 근본주의'에도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후 그는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와 마인츠 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각종 철학적 근본주의와 조우했다. 현재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각종 종교 근본주의와 오늘날 창궐하는 다양한 근본주의들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 논문으로는 '근본주의 극복에 관한 철학적 고찰'(존재론 연구, 2011), 저서로는 '존재와 공간', '박이문: 둥지를 향한 철학과 예술의 여정' 등이 있다. '해석학의 이해', '철학적 인간학', '하이데거와 기독교' 등을 번역했다.
<근본주의의 유혹과 야만성/강학순 지음/미다스북스/2만2000원>
오진희 기자 val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