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추모 열기는 의외의 반응이었다. 김 전 대통령 임기말 외환위기의 상처는 컸다. 후임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사 도중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 고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라는 대목에서 울먹여야 했다. 구조조정과 실업의 상처 등으로 얼룩진 외환위기는 어느 누구도 피하지 못한 상처였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한평생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일 줄 아는 모습도 주변인들이 기억하는 고인의 장점이다. 최근 한완상 전 부총리는 YS정부시절 노동법 날치기통과와 관련한 신문 칼럼에서 '이 정부가 정치 치매에 걸렸느냐'고 비판했을 당시의 후일담을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칼럼을 보고 대노했지만 이내 한 전 부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왜 그런 독한 말을 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이 배신이 되는 시류와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김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은 민주화다. 군사 독재의 시대를 끝내고 문민정부 시대를 연 장본인이 치적이 재평가 받는 것은 민주화가 과거 완료된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되어야 과제라는 인식 덕분이 아닐까?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정치사학자 에드워드 카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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