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의원 나요, 나. 빨리 일어나야지.”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 불명인 최형우 당시 의원을 문병하면서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나 입장이 바뀌었다.
그는 병환으로 뚜렷한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지만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대성통곡을 했다. 그의 오른손은 굳어있었고 한걸음도 내딛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빈소로 반걸음 반걸음씩 다가갔다. 주변의 부축 없이는 이것도 힘겨웠다.
6선 의원을 지낸 최 전 의원은 지난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민중당 출신인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신한국당으로 영입하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불운의 정치인'으로 회자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필하던 3인방 중 한 명이었다.
김 전 대통령에게는 우(右)형우(최형우) 좌(左)동영(김동영), 그리고 상도동계 조직살림을 살뜰히 챙겼던 서석재 전 의원이 있었다. 서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은 세상을 오래전에 떴다.
서 전 의원은 지난 2009년 12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한국 정치 현대사의 큰 흐름을 형성한 ‘상도동계’의 맏형으로 잘 알려진 서 전 의원은 최형우 전 의원, 김동영 전 의원과 함께 상도동계의 핵심 인사로 ‘YS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불렸다.
서 전 의원은 1968년 YS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정치 인생의 대부분을 YS의 곁을 지켰다. ‘나라사랑 실천본부(나사본)’를 관리하는 등 1992년 대선 당시 YS 캠프에서 큰 역할을 했고 1994년 총무처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김동영 전 정무1장관은 정권창출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92년 대선을 1년 4개월여 앞둔 91년 8월 3년간의 암투병을 한 후였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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