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새천년민주당·민주당·통합민주당 대표, 원내총무(현 원내대표), 국민의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정책위원회 의장, 대변인…
고인은 정당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보여준 정치 행보로 정파를 떠나 정치권의 원로로 인정받았다. 특히 대변인 시절에는 상대에게 논리적으로 일침을 가하는 단문 논평으로 유명했다. 매사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열성파로, 원내를 지휘할 당시 지방자치법, 통합선거법, 안기부법개정 등 굵직굵직한 입법 실적이 많아 '법안 제조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15대 국회부터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2000년 고인이 국민회의 원내총무 시절 소선거구제와 8개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이 막판에 입장을 바꿔 미완에 그쳤다. 여야 대립이 지금보다 극심하던 시절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행위)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여당 뿐 아니라 야당 생활을 모두 경험한 정치인으로 물리적 충돌보다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는 철저한 의회주의자로도 통했다. 그런 만큼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엔 여야 정치 원로부터 초선 의원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우리당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분"이라며 "민주정부 출범에 큰 기여를 하셨다"고 추모했다.
정당외교차 미국을 방문하고 이날 새벽 귀국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오후 늦게 빈소를 찾았다. 김 대표는 "고인은 아주 합리적이고 재미도 있어서 정책위의장 하실 때 당시 당에서 법을 굉장히 많이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담배 때문에 빨리 가셨다"며 아쉬워했다. 고인은 생전에 하루 흡연량이 2갑을 넘는 애연가로 유명했다.
유족으로 부인 김금자(65)씨와 딸 유선(SBS)·민선(제일모직), 아들 태희(SK텔레콤)씨 등 1남2녀를 두고 있다. 사위로는 김욱준(검사), 김용철(의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 발인은 6일, 장지는 경기도 광주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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