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리더십은 위기 때 드러나는 법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서 정부는 보이지 않았다. 국민은 절박했지만, 정부는 느긋했다. '골든타임'을 놓친 대가는 혹독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3재(三災)'가 정부를 휘감고 있다.
첫째, 국민신뢰가 추락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정부에 맡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8.3%는 "정부의 메르스 관리대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원래부터 메르스 병원 정보는 독점의 대상이 아니었다.
정부는 신속히 공개하고, 관련 기관과 시민들이 발빠르게 대처하도록 도와야 했다. 뒤늦게 병원공개에 나섰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번진 뒤였다. 8일 오전 한국의 메르스 확진 환자는 87명이다. 메르스 발병국 세계 2위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둘째, 국격이 실추됐다. 정부는 메르스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주변국은 자신들로 불똥이 튀지 않을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외교부가 주변국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힘을 쏟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이미 중국, 홍콩, 대만 등 주변국은 한국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혐한' 분위기마저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국 관광객 감소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 명동 등 외국 관광객으로 북적거려야 할 공간은 썰렁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한국은 안전하지 않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가 이미지와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실물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말을 맞아 사람들로 붐벼야 할 놀이공원은 이용객이 대폭 줄었다.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도 매출액 급감을 경험했다. 결국 문제는 '심리적 불안감'이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를 해결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내 가족과 아이가 위험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감은 외출 자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모처럼 살아나던 내수경기에 깊은 주름살을 안겨주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복기해야 한다. 정부 대응은 안일했다. 방향도 엉뚱했다. 국민 불안을 '괴담 수사'로 잠재울 수 있겠는가. 지금이 '국민의식 탓' '괴담 탓'에 아까운 시간을 보낼 때인가. '정치 주판알'을 튕기며 대응하는 정부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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