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4대강 편법 이용으로 2014년 절차 강화돼
-재해 사업 예타 면제 국회 동의 얻도록 정치권 개정
-정부 "여기에 시정 요구 압박 더해지면 신속 대응 어럽다" 우려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행정부와 입법부의 시행령 권한 싸움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재해 대응에도 불똥이 튈지 주목된다. 과거 정치권은 정부의 재해 관련 사업 시행령에 한 차례 제동을 걸은 바 있어 '국회법 개정안'으로 재난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계기관의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메르스 대응 사업도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격리 인원이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전국 17개 국가지정병원에 일반 병상은 470여개로 조사되고 있으며, 음압 시설을 갖춘 병상도 105개에 불과하다. 향후 격리 시설을 늘리는 사업이 추진될 경우 신속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가 검토될 수 있다. 메르스에 대한 방역 사업과 후속 대책 사업도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면제 조항은 '국회의 동의'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재난예방을 위하여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의 면제 결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조치는 지난 2014년 국회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결과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생략 절차가 까다로워지도록 국회가 제동을 건 것이다.
불가피한 조치지만 행정부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재해 대응 자체에 대해서 정치권이 반대할 리 없지만, 소관 상임위에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과정에서 대응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견제로 누락되는 사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국회법 개정안으로 정치권의 견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자 정부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도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시정 요구의 압박까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국회가 국가재정법시행령 면제 조항까지 수정 요구를 할 경우, 적시·적소의 재해 예방이 이루어지지 못해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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