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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법에 후진화한 국회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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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은 '동전의 양면'…與 지도부 "선진화법이 아닌 '국회마비법', 개정해야"

선진화법에 후진화한 국회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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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야당이 집권했을 때 우리가 국회선진화법으로 몽니를 부리면 어쩔건가. 이참에 바꾸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직후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던진 말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내 과반을 넘는 160석을 차지하는 다수당이 법안 의결 요건인 '재적 5분의 3(180석)' 조항에 묶여 처리가 좌절됐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다수결 원칙이 훼손됐다" "야당의 재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형편없는 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주호영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선진화법이 아닌 국회마비법, 야당결재법으로 불러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현행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은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다. 여야가 타협과 합의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 쪽이 거부하면 더 이상 진전이 불가능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안 통과가 좌절되자 "야당의 합의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갈 수 없게 됐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국회선진화법의 당초 취지는 좋았다. 날치기 통과와 이 과정에서 유발되는 국회 내 폭력 사태를 막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해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겠다는 의도였다. 게다가 주체도 여당인 새누리당이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방향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렀다. 폭력사태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지만 장점이었던 합의 정신은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여야가 법안을 놓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다른 법안까지 한꺼번에 끌어들이는 패키지 법안 딜이 빈번해졌다. 엉뚱한 법안이 끼어들면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야합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건 상정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최대 33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제도도 법에 명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행된 적은 없다. 해당 상임위 재적인원의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데다 이를 활용할 경우 여야가 경색국면에 빠져 다른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에 섣불리 활용하기가 어렵다.
국회선진화법은 또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지난 1월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같은 당 일부 의원들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당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최근 들어 개정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 반면 선진화법을 주도했던 세력은 "또다시 폭력국회로 후퇴하려고 하느냐"며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타협의 산실이 돼야 할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를 옴짝달싹도 못하게 하는 늪으로 변질됐다"며 "개정을 통해 출구전략을 짜야 할 때"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 법 개정도 최소 180석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출구가 없다는 뜻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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