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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무력화·법리전쟁…국회선진화법의 '민낯'

최종수정 2014.12.04 11:34 기사입력 2014.12.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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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결과 얻었지만
-여야 합의의 상징인 '상임위 무력화'…법 본래 취지 왜곡
-법 조항들은 여야 법리전쟁에 이용돼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국회선진화법은 성공적일까. 평가는 엇갈린다. 다수당의 횡포를 막고 여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법의 취지에 따라 국회는 지난 2일 12년만에 정부 예산안을 법정처리 시한내에 처리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과정에서 합의의 상징인 상임위원회의 심의권은 무너지고 여야의 갈등은 법리전쟁으로 비화됐다.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는 장치들이 오히려 악용됐다. 법은 지켰지만 법의 취지는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너진 상임위 심의권=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국회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은 예산정국에서 자동부의라는 조항을 도입해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번 예산정국에서 자동부의 조항은 오히려 상임위의 심의권을 무력화시켰다.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은 지난달 30일까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본회의에 자동부의됐다. 일반적인 법안들이 해당 상임위의 의결과 법제사법위원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과 달리 본회의에 바로 정부 원안이 직행한 것이다.

정부 원안을 자동부의에 올리려는 여당은 협상보다는 '버티기'에 주력했다. 상임위 차원에서 예산부수법안을 심사ㆍ의결할 수 있는 마지막날인 지난달 30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와 법제사법위원회 일정은 줄줄이 파행됐다. 여당이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완고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의 이날 법안 처리 갈등은 상임위 차원이 아니라 지도부 간의 합의로 넘겨졌으며, 예산안 처리 몇시간 전에야 해결됐다. 예산부수법안들이 의원들의 심의를 제대로 거치지 못한 채 본회의에서 바로 처리된 것이다.

상임위 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일 "예산안 부수법안은 상임위에서 바로 토론을 하고 마무리지어 법사위를 통해 마무리를 지었으면 좋았다"며 "앞으로 보완을 해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희비 가른 법리전쟁= 이번 예산정국에서 여야의 승패는 '법리전쟁'에서 갈렸다. 국회선진화법 조항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이해득실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여야는 저마다 아전인수 격 법을 해석하는데 골몰했다.

여야는 자동부의 조항을 두고 첫 신경전을 벌였다. 여당이 자동부의가 상정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나중에야 국회의장이 상정을 다시 해야 하는 '자동부의'가 맞다고 입장을 선회하기도 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혔던 조항은 '예산부수법안 지정'이었다. 국회의장은 예산정책처의 의견을 들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세입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당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지만 세출 관련 예산부수법안도 자동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세와 국세가 함께 포함되는 담뱃값 인상안의 경우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두고 법 해석이 저마다 엇갈리기도 했다.

대안책으로 등장한 '수정동의안'에 대해서도 법리싸움이 거셌다. 수정동의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자동부의된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에 수정된 안을 함께 표결에 부치는 방법이다. 여야는 수정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범위를 명시하는 국회법 95조 5항 해석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원안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어떻게 명시하느냐에 따라 여야가 본회의에 올릴 수 있는 수정동의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조차 법 해석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 해석에 대해 여야 모두 하루 아침에 입장을 바꾸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일부 의원은 잘못된 정보를 기자들에게 설명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조차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 과정에서 법 해석이 변질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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