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만드는 兄…감독하는 弟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이름은 비슷하지만 업무는 확연히 다르다. 금융위는 제도를 만들고, 금감원은 그 제도를 관리 감독한다. 시장의 룰을 만드는 것이 금융위라면 그 룰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금감원의 몫이다. 이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몸뚱이는 하나인 점을 발견하게 된다. 국내 금융감독 체계는 샴쌍둥이와도 같은 셈이다.
양 기관의 출범은 1997년 시작됐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발족한 금융개혁위원회가 '금융개혁 보고서'를 내놨는데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으로 분산된 금융감독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도록 권고했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금융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려면 통합 기구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듬해인 1998년 4월 금융감독 관련 사무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발족하며 감독기관 통합이 본격화됐다. 1999년 1월 중간 감독기구로서 금감원이 설립됐다.
금융위는 금융위대로 금감원을 부러워하는 시선이 많다. 금융위 B과장은 "공무원 월급이야 뻔하지 않냐. 급여를 볼 때마다 '금감원에서 일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2014년 기준 금감원 직원은 1833명이고, 1인당 평균 보수액은 9524만원(2013년 기준)으로 1억원에 육박한다. 공무원 급여표를 따르는 금융위로서는 시중 금융사 급여를 웃도는 금감원이 부러울 만하다.
금감원의 가장 특별한 점은 '반민반관'으로 불리는 조직 성격이다. 하는 업무는 정부 조직이나 마찬가지인데 예산은 시중 금융사의 분담금으로 조성된다. 껍데기는 민간기관인데 속은 정부기관인 셈이다. 금감원은 자신들의 이런 특성을 업무에 따른 불가피성으로 설명한다. 금감원 C국장은 "최근 이슈가 된 구조조정 업무만 해도 채권단 의견 조율이 안 될 때 소방수 역할로 나서는 게 금감원"이라며 "이런 일은 정부가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민간에 맡길 수도 없다. 금감원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양 기관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다 보니 차라리 통합하는 게 낫겠다는 주장도 계속해도 나온다. 정책과 감독을 나누는 게 효율성도 떨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만큼 통합하자는 얘기다. 통합은 방법론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반민반관인 금감원 직원들의 신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여부가 우선 관건이다. 공무원으로 변경해야 하는지, 민간 신분을 유지해야 하는지 여부다. 금융위와 금감원 조직체계 개편도 문제다.
박근혜정부는 금융개혁을 국정 어젠다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을 방문해 '혼연일체'가 쓰여진 액자를 선물한 것도 그동안의 해묵은 앙금은 해소하고 앞으로 잘해 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양 기관의 상호협조가 절대적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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