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부양用 규제완화 가속도 낸다
1분기 GDP 성장기여도 내수가 수출보다 앞서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가 민간투자 확대와 내수 부양을 위한 소득확대정책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기여하는 비중에서 민간지출이 정부지출보다 커진 데다 과거와 달리 수출도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민간소비 증가와 각계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 등을 염두에 두고 하반기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경기 회복세를 어떻게 공고히 해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정책과제"라며 "관련 실국에서 내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균형 잡힌 경제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가 언급한 '균형 잡힌 경제정책'은 올해 1분기 GDP 성장기여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위한 규제완화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GDP 속보치를 보면 올 1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0.8% 성장했는데 이를 부문별 성장 기여도로 나누면 내수(1.0%포인트)가 순수출(-0.2%포인트)을 훌쩍 앞섰다.
내수에선 민간소비가 0.3%포인트 기여도로 정부소비(0.0%포인트)를 능가,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투자 규모를 보여주는 고정자본형성은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실질 GDP 잠정치에서 민간과 정부 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정부 투자의 활성화를 예상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미 지난해의 경우 총고정자본형성 성장기여도는 민간이 1.1%포인트, 정부가 -0.2%포인트였다. 2013년에도 정부(0.0%포인트)보다 민간(1.2%포인트)의 기여도가 높았다. 기업들은 올 들어서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은이 조사한 3월 제조업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7로 지난달(74)보다 3포인트 증가했다. 4월 BSI 전망치는 80으로 더 높아졌다.
다만 정부가 규제완화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적극적으로 살리지 않으면 미약한 경기회복세 마저 재차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위기를 경고하는 10가지 징후에 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이 둔화하는 현상을 포함시켰다. 이 수치는 1996년 43.5%로 정점을 찍은 후 2004년 33.3%, 지난해 28.9%로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또 정부가 배당 확대, 임금 인상 등을 통해 내수증대에 추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외 수요가 미흡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간 3.0% 성장을 밑돈다면 정부가 나서 구조개혁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구조개혁과 내수부양책을 함께 쓸 수 있다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안정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꺼내는 게 더 큰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수출일변도 경제에서 벗어나 내수 살리기에 집중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장률을 높이려면 수출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국내 소비를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는 960억달러로 1월 전망(940억달러)보다 20억달러 상향조정됐다. 내수 경기가 좋지 않아 수입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 성향이 있지만,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1990년대 일본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냈을 때도, GDP의 2∼3%에 불과했다"며 "앞으로 정부는 정책 추진방향을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쪽으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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