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가 미국·영국 금융당국과 20억유로 이상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으며 이르면 23일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보도했다. 벌금 규모는 이달 초 보도된 것보다 늘었다.
도이체방크는 합의된 벌금 규모에 대해 밝히지 않은 채 다음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15억유로의 소송 비용이 계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수준의 매출과 순이익이 기대되지만 소송 비용 때문에 순이익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이체방크는 소송 비용 관련 대손충당금을 32억유로 마련해뒀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리보 관련 대손충당금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한편 독일 소액 주주 모임인 DSW는 지난 20일 도이체방크에 독립 회계기구를 설치해 내부 감시 시스템을 점검하고 충당금이 충분한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DSW는 내달 21일 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해 표결에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권의 각종 송사와 관련된 법적 비용이 크게 늘고 있다.
리보조작과 관련해서는 바클레이스, UBS,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이 2012~2013년에 금융 당국에 낸 벌금 규모가 35억유로가 넘는다.
리보조작 외에도 은행들은 다양한 송사에 시달리고 있는데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는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국가들과 불법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미국 금융당국과 89억7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고 지난 15일 미국 법원에서 해당 금액의 벌금 선고가 내려졌다. 지난 2월에는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가 미국 당국에 14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도이체방크도 지난 2년간 50억유로가 넘는 다양한 벌금을 냈다. 도이체방크는 환율조작 혐의도 받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환율 조작에 따른 벌금 규모는 리보조작 벌금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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