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도우미 변신, 아챔과 k리그 클래식서 4어시스트 기록
예전엔 슈팅만…이젠 동료 활용법 깨달아
[화성=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에고이스트(egoist·이기주의자)."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공격수 정대세(31)는 과거의 자신을 "이기적인 스트라이커였다"고 했다. 득점만이 경기의 전부이자 공격수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골을 넣는 데만 집중했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시즌 초반부터 어시스트 기록을 착착 쌓아가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개)와 K리그 클래식(2개)까지 여섯 경기에서 도움 네 개를 기록했다. 2013년 수원에 입단해 두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올린 도움(3개)보다 많다.
'독불장군' 스타일은 정대세의 상징이었다. 불도저라는 수식어도 있다. "동료가 공을 잡으면 빈 공간을 찾아가면서 패스를 달라고 요구만 했죠. 앞만 보고 가는 선수였어요." 그러나 무리한 공격으로 득점력이 떨어지면서 출전 기회도 줄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스물여덟 경기 가운데 열두 번을 교체 선수로 뛰었다. 기록은 일곱 골과 도움 한 개. "비참하고 억울했어요. 팬들이나 구단 관계자들이 '정대세가 경기에 뛰지 못한다'고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죠."
불만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뛰지 못하는 데 대해 불평하고, 패스를 해주지 않아서라고 동료들을 탓했다. "쉽게 어울리지 못했어요. 말수도 적어 선수들이 다가오지 않았어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한국인(자이니치)'으로 북한 대표팀에서 뛴 그는 "여전히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한국에 있어도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중심적인 경기 운영과 득점에 대한 욕심은 실력으로 인정받고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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