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野, 운동장 탓할 게 아니라 선수가 달라져야 한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한국사회의 정치지형을 두고서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유를 많이 든다. 특히 진보를 표방한 야당은 이같은 비유를 통해 결정적 승부에서의 패배의 이유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선수가 운동장 탓을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1월 전략홍보본부장을 사임하면서 자신의 블로그에 기울어진 운동장의 비유를 들며 정치구도 재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 글에서 "호남보다 충청권 유권자 비율이 처음으로 더 높아졌고, 보수 40, 중도 30, 진보 30이란 이념적 구성비가 바뀔 가능성은 적고, 50대 유권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민 의원의 지적처럼 야당은 영호남의 인구격차, 사회 전반의 노령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민 의원은 이같은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진보가 중도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전선의 변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또 다른 견해가 제시됐다. 반론이 제기된 곳은 흥미롭게도 민 의원이 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정책연구원이다. 김정훈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세대갈등'에 주목하며 새로운 진보의 지지세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의 지지층은 2002년 당시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2012년에는 안철수 현상을 일으키는 등 꾸준히 존재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두고서 "진보의 지지층은 꾸준하고 넓다"고 표현하며 "진보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가 주목한 것은 운동장이 아니라 선수였다. 그는 "문제는 진보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쉽의 부재였다"며 "진보위기의 핵심은 대중의 요구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리더십의 부재"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혹은 안철수라는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가 하나의 현상으로 폭발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 매력을 떠나 이들이 새로운 시대 및 가치에 대한 대중적 열망을 상징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시대적 요구, 다시 말하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 가치, 정체성을 제대로 대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당은 무엇보다 진보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조직적으로 필요한 것은 ‘지역의 네트워크화’와 ‘네크워크의 지역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권위주의 시대의 리더십이 명령의 리더십이고 산업화시대에는 토론형 리더십이라 할 수 있지만, 정보화시대에는 행동의 리더십"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고통이 개인화하고, 정체성의 다원화된 시대에는 공감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진보는 대중들의 생활에 공감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생활정치'의 의미를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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