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 수출업체에는 담보없이 수출 실적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신용보증제도의 약점을 노린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 백모(40)씨와 오모(52)씨 등 6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3명에 대해서는 기소중지하고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령업체 대표들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의류품목 등의 수출 실적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무역보험공사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은 뒤 시중은행 4곳으로부터 5000만∼6억5000만원씩 총 24억3800만원을 사기대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대출을 받은 유령업체는 돈을 받은 뒤 고의적으로 업체를 폐업했고 결국 해당 업체의 은행 빚은 보증을 선 무역보험공사 등으로 고스란히 떠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3명은 유령업체 대표들로부터 대출금의 10~3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구속된 신씨는 2009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유령업체 2곳을 세우고 가짜 수출 서류를 만들어 총 2억3000만원의 사기대출을 받았다. 수배된 박모(46)씨와 권모(50)씨는 동일한 수법으로 각각 6억5000만원과 6억원을 챙겼다.
검찰은 이같은 범행이 공공기금 신용보증제도의 약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보험공사 같은 공적기관이 업체에 보증을 설 때 수출신고필증 등 서류를 제출하면 실질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대출보증이 가능하고, 은행은 업체로부터 대출금을 받지 못해도 공사를 통해 회수가 가능해 서류심사를 형식적으로 하고 있다고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적발된 유령업체 13곳은 1~2개월만 사무실을 임대한 뒤 브로커를 직원인 것처럼 보이게 해 은행의 현장방문을 통과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총 6700억원대의 금융 피해를 야기한 모뉴엘 사태 역시 무역보험공사 등과 대출은행의 형식적 대출심사에 따른 것"이라며 "부실대출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어 대출보증 심사제도의 보완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