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시아초대석] 한덕수 "TPP, 우리가 빠지면 일본만 웃을 일"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올해만 5개국 수출의 문 활짝 열어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개방
국가의 무역영토 확장을 위해 꼭 필요


[아시아초대석] 한덕수 "TPP, 우리가 빠지면 일본만 웃을 일"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올해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하거나 협정이 발효된 국가가 5곳이다. 지난 2일 국회비준을 마친 한-캐나다 FTA가 내년 1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한-중국 FTA는 11월 10일, 한-뉴질랜드 FTA는 11월 15일, 한-베트남 FTA는 이달 10일, 지난 2일 국회 비준된 한-호주 FTA는 이미 12일부터 발효된 상태다. 이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일본, 멕시코, 이스라엘 등 3개국만 남았다.
자타 공인 'FTA 전도사'로 불리는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은 이 분야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다. 2006년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맡아 협상전쟁의 후방부대를 지휘하는 최고사령관 역할을 했다. 이후 대통령 직속 한ㆍ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겸 한ㆍ미 FTA 특보를 맡아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주미대사 시절에도 미 의회를 관저 드나들듯이 누비고 다녔다. 그것이 미국에서의 한ㆍ미 FTA 비준을 이끌어낸 동력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 2012년 무역협회장에 취임한 그의 일성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왜곡이 심각하다. 이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가 수출을 많이 하고 시장을 넓히려면 가능한 한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 변함없는 그의 주장이었다.

한 회장의 요즘 관심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잃어버린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FTA를 넘어 이제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 만난 한 회장은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TPP는 메가 FTA…참여는 선택 아닌 필수"

TPP는 미국과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높은 개방 수준의 다자간 FTA다. 상품무역은 전 품목의 관세인하ㆍ철폐를, 서비스ㆍ투자 개방은 네거티브(원칙적 개방, 미개방분만 열거) 방식을 취한다.

이들 12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 GDP의 37%에 달한다. 무역 비중은 전 세계의 25% 수준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들 12개국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누적 투자액은 1571억 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40%를 차지한다. 특히 12개국은 현재 전체 중간재 수입을 우리나라와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섬유와 섬유직물 등은 우리나라 중간재 수요가 각각 14%, 22%에 달한다.

한 회장은 "중국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의 FTA 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에 이제는 TPP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면서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개국 TPP 협상 참가국들의 무역 규모는 9조 달러가 넘는데, 이중 우리나라 부품 등 중간재의 수요가 2조 달러가 넘는다"면서 "우리와 중간재 수출에서 경쟁을 벌이는 일본만 TPP에 들어가고 우리가 빠지면, 이 같은 부품 수요가 모두 일본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회장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이 중간재 수출을 경쟁하면서 TPP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 반대 사실무근…韓 기업인들도 조속한 참여 희망"

일각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ㆍ티피피) 가입에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조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연합(EU)ㆍ미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한 지 2~3년여밖에 지나지 않아 득실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데다,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과 관련해 통상 압박을 강화하며 TPP 가입 허용에 이를 연계할 뜻을 공공연히 드러내 '비싼 입장료' 논란마저 키우고 있다. 특히 TPP 가입으로 일본차 업체에 대한 관세가 철폐돼 국내차 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회장은 이에 대해 "과도한 걱정"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미 해외에서는 똑같은 조건으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경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라며 "제품 가격을 싸게해야하는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이유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까지 역사를 봤을 때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회장은 국산차 업계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한국 기업인들도 TPP에 대한 한국의 조속한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TPP가입을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 자동차업계가 반대할 것이라는 내용"이라며 "일본과 간접적으로 FTA를 맺는 것이라는 논리인데 사실 자동차업계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해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게 직접 연락을 했고 김 회장이 이같은 의견을 확인해줬다"며 "자동차협회에서도 TPP가입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TPP 가입으로 이른 바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며 우려했다. 한 회장은 "일본은 우리와 달리 다른 나라와 FTA를 많이 맺지 못했는데, TPP로 일거에 이를 만회하는 꽃놀이패를 쥐게 됐다"며 "이 효과를 상쇄하려면 우리가 TPP에 가입해서 일본과 같은 위치에 서야지 안 그러면 경제적 피해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이나 기계산업 등은 이미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FTA효과가 전혀 없는 동남아 등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고 매년 수출도 신장되고 있다"면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관세 효과가 아니라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으로 지금 5~8% 수준의 관세 때문에 수출될 것이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경제의 근본으로 돌아가야…개방과 규제 완화"

무역협회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약간 높은 3.7%에서 3.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내년 수출은 6010억 달러, 수입은 5570억 달러로 44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언뜻 보기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한 회장은 노사문제, 교육개혁, 저출산 고령화, 복지 등 진짜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사회적인 대타협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 때로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장경제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개방'과 '규제 완화'가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회장은 "기업들이 여전히 규제 개선을 외치고 있는 이유는 핵심적인 규제, 암적인 규제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고용시장 규제'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정년을 국가가 정하고 강제하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면 한국 정도밖에 없다"며 "국가가 어떻게 기업의 실적이나 경영을 책임질 수 있다고 정년을 강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한 회장은 '셧다운제'도 개선돼야 할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하던 게임산업도 '셧다운제' 같은 황당한 규제 때문에 경쟁력을 잃었다"면서 "산업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 규제가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TPP 가입도 한국 경제 부활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지금까지의 국제 무역체계를 FTA의 시기였다고 전제한 뒤 "메가 FTA인 TPP 참여가 논리적인 다음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을 확대하니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었다"면서 "지금 한국 경제가 점프할지 세계 평균에 만족할지 결정해야 할 선택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