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틀림이라는 등식 성립되면 민주주의 흔들"…김희중 대주교 "헌재 결정, 상상도 못한 일"
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67)는 23일 성탄메시지 발표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헌재 결정 내용과 판단의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인데 이번 판결처럼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고위 성직자가 헌재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주교는 "헌재 판결문 일부가 사실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한다. 법의 최후의 보루인 헌재가 그러면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을 이끈 헌재 결정문은 곳곳에서 오류가 지적되고 있다. 결정문에는 안동섭 사무총장과 방석수씨가 당원 교육위원으로 표기돼 있지만 두 사람은 교육위원이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또 내란음모 논란을 촉발시킨 이른바 'RO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신모씨도 해당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 결정의 법리적 한계를 지적하는 법조계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헌재 결정문은 판결문이 아니라 엉성한 상상에 기초한 한 편의 '삼류 공안소설'이다. 증거가 아닌 '독심술'로 사실을 인정하고 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고인 진술을 한 헌법전문가도 찾아내지 못한, 일반 국민들은 인식조차도 하지 못하는 위험을 '퍼즐 맞추기'라는 기상천외한 기법을 통해 가공해냈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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