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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사상 첫 흑자…"기차다, 우리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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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서 철도공사 전환 10년 최연혜 코레일 사장

[아시아초대석]사상 첫 흑자…"기차다, 우리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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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노조와 대립, 소통으로 해결
여행상품·지역특화된 노선 마련
도자기로 기차모양 술병 만들어
지역 전통주 판매, 아이디어 대박
[대담=소민호 건설부동산 부장] “올해 5월 도입한 ITX-새마을 열차를 제가 ‘우리 예쁜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겉(디자인)도 예쁘고 속(기계장치)도 훌륭한 기차인데, 지난달 수험생들을 태우고 가다 느닷없이 멈추는 바람에 혼이 났지요. 다행히 응급조치를 잘 해서 수험생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아 다행이에요. 기차는 덩치가 크고 수많은 전기와 기계장치들이 복합돼 있어서 눈이 오거나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오작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늘 노심초사예요.”

전날 눈이 많이 내린 호남지역 철도교통 상황이 걱정돼 밤늦게까지 호남선 열차를 타고 이상 여부를 점검했다는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현장 이야기부터 꺼냈다. 지난 17일 광주역과 익산역에 내려 직원들을 만나 보니 예전보다 살갑게 대해주고 인사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는 최 사장은 국가의 기간산업이자 국민의 편리한 발로서 철도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혹한의 추위에서도 따뜻한 차내에서 안전하게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장을 챙긴 이유다. 철도만큼 빠르고 정확한 이동수단이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재무상태도 개선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최 사장은 “눈·비에 그대로 노출된 채 레일을 달려야 하는 열차이지만 작은 사고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제설차량이 다니더라도 얼어붙은 눈덩이가 철길 위 자갈과 함께 유리창으로 튀어 오르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어 적절하게 눈이 치워졌는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직접 직원들이 빗자루를 들고 치우는 모습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면서 현장에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안전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사장은 “올해 코레일 역사상 첫 흑자를 냈다”며 “올 한 해 직원들이 모두 열심히 일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소통으로 ‘강성 노조’ 꼬리표 뗐다= “야간 취임식과 휴일 업무보고로 시작한 날이 어제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네요.” 최 사장에게는 한가한 날이 없었다. 지난해 부임한 뒤 두 달 만에 벌어진 사상 최장기간의 파업사태 후 올해 파업 후유증을 극복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공기업 정상화 드라이브를 소화해야 했다. 약 3만명에 달하는 큰 조직을 끌고나가면서 소통을 통해 노사화합을 이끌어냈다. 이를 두고 최 사장은 “가장 큰 성과”라고 표현했다. 파업을 막지 못했던 것을 두고는 “미리 충분히 소통을 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래서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올 1년 동안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소통’이었다. 코레일 노사는 지난 8월 70차례의 교섭 끝에 ‘퇴직금 산정 기준’을 제외한 25개 항목에 모두 합의했다. 10월 하순 새로운 노조 위원장이 당선된 직후 휴일도 없이 나흘간의 마라톤 협상을 벌여 최종 합의를 이뤄냈다. 회사의 상황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직원들은 노조에 의견을 모아주면서 대화와 교섭이 활발해졌다. 이를 통해 노사합의가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소중한 체험을 했다고 최 사장은 설명했다. 화합하고 소통하는 문화는 이후 회사 경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코레일의 근무 특성상 순환 보직이 많은데 최근 대규모 인사에서 직원들이 가능한 연고지에 배치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내년 시무식으로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내년 시무식을 무얼 하면 좋을까, 어떻게 애사심을 공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직원들이 솔깃한 제안을 해와 실천하기로 했다”면서 “전국의 주요 역사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직은 풀어놓기 아까운 것 같은 표정이다. 그는 “코레일 직원들은 물론 열차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들, 국민과 함께 재밌게 새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특별한 이벤트를 설명했다.

'아이디어맨'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대박상품(사진)을 만들었다. 철도차량 모양의 전통주 상품이 그것이다. 하루 제작하는 도자기 술병이 30여개에 그쳐 만들어지는 대로 팔려나가 재고가 없다. 최 사장의 아이디어로 생산에 들어간 특이한 전통주는 술병 제작마을과 전통주 제조마을에 동시에 활력을 주는 '창조경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아이디어맨'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대박상품(사진)을 만들었다. 철도차량 모양의 전통주 상품이 그것이다. 하루 제작하는 도자기 술병이 30여개에 그쳐 만들어지는 대로 팔려나가 재고가 없다. 최 사장의 아이디어로 생산에 들어간 특이한 전통주는 술병 제작마을과 전통주 제조마을에 동시에 활력을 주는 '창조경제'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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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상품·지역특화가 코레일식 창조경제= 요즘 도자기로 만든 철도차량 모형 전통주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KTX 등의 열차모양으로 병을 만들어 전통주를 담았는데 찾는 이가 너무 많아 생산이 달린다는 것이다.

전통주는 KTX-산천, ITX-새마을, 중부내륙순환열차 O-train, 남도해양열차 S-train 등의 철도차량을 본떠 만들어졌다. 색과 문양 하나하나가 실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안에는 전주 이강주, 민속주 왕주, 안동소주, 추성주 등 대한민국 대표 전통주가 담겨있다. 가격은 한 병에 3만~3만9000원이다.

최 사장은 “이달 초 처음으로 1000세트를 만들어 내놓았는데 나흘 만에 다 팔려 추가 주문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철도 유통망과 우수한 농촌자원을 결합, 우리 전통주를 알리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소비자도 만족시키고 여주 도자기 마을과 전통주 제조자 등에게 활력을 주는 일석이조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창조경제가 먼 곳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 사장은 창조경제란 단어를 꺼내자마자 “철도야말로 창조경제의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반색했다.

‘철도관광벨트’도 창조경제라고 소개했다. 지난해부터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간선철도 노선 중 관광자원이 훌륭한 곳을 골라 여행상품으로 만들었는데 중부내륙관광열차 O·V-train, 남도해양열차 S-train, 평화생명열차 DMZ-train 등이 그것이다. 최 사장은 “이들 관광열차가 운행한 뒤로 1년6개월 만에 81만명이 이용, 1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했다”고 자랑했다.

그중에서 ‘오지의 기적’으로도 불리는 서울~제천~태백~영주와 영주~분천~철암을 오가는 O·V-train은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찾는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면서 개통 1년 만에 열차를 이용한 관광객만 40만명에 달한다. 하루 10명도 찾지 않던 경북 봉화군 분천역에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고즈넉한 시골역에 식당가와 마을장터까지 생겨났다.

최 사장은 “이번 겨울엔 분천역에 눈과 산타를 콘셉트로 한 ‘산타마을’이 개장했다”며 “초대형 트리와 눈썰매장, 얼음썰매장 등을 마련해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광객을 모시고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겨울 관광산업에도 힘을 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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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부산역에 길게 늘어선 줄 뭔가 했더니= 기차가 지나는 지역마다 대표 맛집을 기차역으로 모셔온 발상도 대성공이었다. 대표적인 게 대전역사에 위치한 빵집 ‘성심당’이다. 지난해에만 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부산역의 수제어묵 전문점 ‘삼진어묵’이 25㎡(7평)짜리 가게에서 하루 평균 1500만원 매출을 올린다고 하는데 내년 구정에는 5000만원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될 정도다. 전주역의 ‘풍년제과’ 역시 지역주민들은 물론 이곳의 명물이라는 ‘초코파이’를 먹기 위해 일부러 들르는 관광객들마저 생겨났다.

최 사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기차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요즘엔 우리 생활 속에서 지하철역 하나만 유치해도 집값이 올라가고 상권이 발달하고, 역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지 않느냐”며 “그만큼 철도산업이 창조경제 잠재력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로 개통 10주년을 맞은 KTX만 보더라도 전국을 3시간 생활권으로 개편, 우리 사회와 국민생활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최 사장은 “내년 호남 고속철도 개통에 이어 수서고속철 건설이 완료되면 지역균형 발전은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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