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기구, 태양빛 받아 충전 가능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선인 필레(Philae)가 내년에 깨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1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지구물리 천문학연구 연합회(American Geophysical Union)에서 이같이 밝혔다.
내년에 필레가 태양을 통해 충전되면 다시 깨어나 자신이 착륙한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Churyumov-Gerasimenko·이하 67P) 혜성에 대한 탐험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레는 현재 에너지가 없어 동면상태에 있다.
ESA 관계자들은 "필레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쯤에 태양빛을 받아 다시 깨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필레가 깨어나면 다시 혜성에 대한 탐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레가 깨어나면 혜성궤도를 돌고 있는 로제타모선과 연락하면서 입체적 탐사 활동이 가능하다. 로제타 모선도 현재 필레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언제쯤 충전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
이와 함께 ESA는 필레가 착륙하면서 찍은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흐릿한 사진은 필레가 첫 번째로 보내온 사진이다. 혜성에 부딪히면서 찍은 사진으로 혜성에 착륙하자마자 찍다 보니 사진이 흐릿하다. 이 흐릿한 한 장의 사진은 필레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레는 혜성 표면에 도착하자마자 한 시간에 약 3㎞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고정시켜야 할 작살이 고장났고 필레는 공기 중으로 1㎞ 정도 튀어 올랐다. 착륙 지점을 놓치고 만 것이다. 이후 두 시간 뒤에 다시 내려앉았고 그곳은 절벽의 그림자에 해당되는 지점이었다. ESA 필레 연구팀은 이 지점을 '근일점 절벽(Perihelion Cliff)'으로 이름 붙였다.
ESA의 필레 담당 과학자들은 "필레가 조만간 태양빛을 받아 충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67P 혜성이 태양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레가 태양빛으로 충전되고 깨어나면 인류의 혜성에 대한 탐험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혜성은 태양계 초기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타임캡슐로 알려져 있다. 필레가 깨어나고 혜성에 대한 보다 정밀한 데이터가 파악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인류의 오랜 숙원인 태양계 형성의 비밀이 벗겨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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