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인재를 내보내라"‥폭넓은 혁신생태계 만들기
오를리 로벨의 '인재쇼크'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기업들은 날마다 인재유치전쟁을 치룬다. 인재유치전쟁이란 경쟁 시장에서 인적 자본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전략과 책략, 법률, 분쟁을 말한다. 모든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고 동기를 부여하려고 애쓴다. 그동안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직원을 무수히 영입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페이스북의 직원 다섯명 중 한명이 구글 직원이다. 구글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인재를 잡아두는 것이 큰 재산이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자기 인재들을 영입하려는 기업과 싸우고 때로는 소송도 불사한다. 직원들이 기업을 떠날 때 우호적인 작별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돌아오면 고용을 받아줄 여유는 없다. 구시대적 통제 심리가 작동하면서 기업도 힘들고, 직원들도 창의를 발휘하지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0년 미 법무부는 구글, 애플, 아이비엠, 인텔, 어도비 등이 상호 경쟁사의 인재를 빼내가지 않는 '종업원 영입을 위한 접촉금지' 협약을 맺은 것과 관련,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를 이유로 직권조사를 벌였다. 즉 이런 구시대적 통제 심리는 사람과 사람이 지닌 아이디어에 대한 소유권이 기업에 있다는 논리에서 기인한다. 직원들이 수많은 밤을 밝히며 자기 계발에 힘쓰고, 혼자 연구에 몰두해본들 기업에 소속해 있는 한 그것조차 독점해야 한다는 의식이 작용한 탓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 한다. 물론 기업은 다양한 보상제도와 인센티브를 통해 당근책을 실시하고는 있다.
"인재를 자유롭게 풀어주라." 이런 메시지에 동의할 기업가와 정책결정자들은 얼마나 될까 ? 창조적인 인재들을 기업밖으로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이 혁신을 증진하는 것이라는 말을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기업들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각종 관리체계를 동원,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느라 공을 들여왔다. 또한 종업원의 아이디어를 회사 기밀로 하고 조직 내 인재를 통제하거나 이직 후 활동을 제약하려는 정책은 많은 비용과 인력을 수반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유능한 인재를 풀어주라는 말은 곧 기업 운영을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오를리 로벨 샌디에이고대 교수의 조언을 듣는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를리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명석한 학자 50인'에 선정된 인물인 만큼 그의 조언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오를리의 저술 '인재 쇼크'는 기업 규제, 고용, 혁신, 법률 등 다양한 분석 틀을 통해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 등을 고려, 가장 적합한 인재관리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인재유치경쟁과 창조성을 요구하는 기업 환경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우는 "중앙통제가 아닌 경쟁이 혁신을 자극한다"고 설파한다. 또한 "기업간 인력 이동이 정보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며 "노동자들이 회사를 옮겨다닐 때 지식을 확산하고 경제를 강화한다"고 언급한다. 따라서 혁신은 인간의 상호작용과 이동, 경쟁을 통해 이뤄진다.
오늘날 인적 자본과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간 분쟁과 갈등도 커졌다. 이런 말들은 노동시장이 유연해진 것과 워낙 동떨어져 누구라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또한 기업가들에게는 엄청난 배신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얘기다. 그러나 기업가들이 '인적 자본 선취권'을 버리고 혁신생태계를 폭넓게 구성할 경우 더욱 창조적인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기업에게 있어 가장 큰 인적·지적 자산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보호주의에 내재된 기본 정신이 시대 착오적이고 잘못 된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정보 공유와 아이디어, 지식의 자유로운 흐름을 추구할 때 이익은 더욱 커진다"고 설파한다. 이같이 실현될 경우 우수한 인재를 유지하고, 훈련하고,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전쟁에서 굳이 승패를 나눌 이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이 책은 인재의 자유로운 이동이 모든 기업에게 이익인 이유를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 다소 이상적인 견해일 수 있으나 기업의 인재 관리 측면에서 보다 유연한 정책이 이익일 수 있다는 점은 귀 기울일만 하다.< 오를리 로벨 지음/김병순 옮김/싱긋 출판/값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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