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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 연인원 138만명 투입된 아파트 5층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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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 동쪽 성벽지역 전경(2011년), 자료=문화재청

풍납토성 동쪽 성벽지역 전경(2011년), 자료=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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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백제 초기 '풍납토성'이 연인원 138만명을 투입해 축조한 아파트 5층 높이의 거대 성벽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인원(延人員)이란 어떠한 일에 동원된 인원수와 일수를 계산해 그 일이 하루에 완성됐다고 가정하고 인수로 환산한 총인원수다. 풍납토성은 그동안 축조 연대와 성격 등은 한국 고고학과 고대사 연구의 중요 쟁점 중 하나로 꼽혀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사적 제11호 ‘서울 풍납동 토성’의 규모와 축조 공법 등을 규명하기 위해 2011년부터 추진한 학제 간 융합연구 결과 이 같은 분석이 나왔다고 3일 밝혔다. 학제가 융합연구는 그동안 동쪽 성벽 발굴조사와 함께 축조 연대, 건설 공법, 규모, 투입 인력 등을 밝히기 위해 고고학, 영상공학, 지구물리학, 지리학, 측량학, 토목공학, 토양학, 핵물리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다.

우선 성벽의 연대를 밝히기 위한 방사성탄소연대는 미국과 영국의 전문분석기관에서 측정됐고, 토기 및 토양 등에 포함된 무기결정에 대한 연대 측정법인 광자극발광연대는 국내에서 분석됐다. 20건 이상의 연대 측정을 통해 풍납토성 동쪽 성벽은 3세기 중후반에 착공해 4세기 중반 이전에 처음 완공됐고, 이후 4세기 말과 5세기 중반 두 차례에 걸쳐 증축되면서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정비된 성벽의 높이는 약 5m 내외이고, 땅속에 3m가량 묻혀있는 것을 고려하면, 남아있는 높이는 대략 8m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성벽을 컴퓨터 모형화한 결과 처음 성벽이 건설됐을 때의 높이는 10.8m였고, 두 차례의 증축을 거치면서 최대 13.3m까지 확대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강변에 아파트 5층 높이까지 흙을 쌓아 총 3.5㎞ 둘레의 거대한 성벽을 완성했다는 의미다. 또한 복원된 성벽의 체적(70만4200㎥)과 중국 당(唐)나라 '통전(通典·801년)'에 기록된 인부 1인당 하루 작업량(19.95尺3=0.51㎥)을 비교했을 때 풍납토성의 건설에는 연인원 138만명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성벽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지반 조사, 토양 분석, 다짐 시험, 컴퓨터 모의실험 등이 시행됐다. 이를 통해 풍납토성이 매우 단단한 지반에 건설된 점이 확인됐으며, 그동안 이 토성에 시공됐을 것이라 전해졌던 '부엽공법'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공법은 연약 지반의 침하를 방지하기 위해 가공된 기초지반 위에 점성이 높은 실트층과 패각류를 깔고, 잎이 달린 가는 나뭇가지를 이용한 고대 토목기법을 뜻한다. 이와 함께 성벽의 재료로 쓰인 토양의 화학 조성과 유기질 함량이 주변의 자연 퇴적토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지반의 특성과 구조물의 하중을 정확히 계산하고, 토양의 다양한 성질을 혼합해 성토 재료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백제 초기의 뛰어난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준다.

연구소 관계자는 "풍납토성은 백제 초기의 국가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유산이며, 이 같은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의 성공은 한반도 중부의 지역 문화가 새로운 국가사회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굴 당시 조사한 성벽의 일부는 현재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 전시돼 있으며, 이번 연구 성과는 내년 초 보고서로 발간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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