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백제 초기 '풍납토성'이 연인원 138만명을 투입해 축조한 아파트 5층 높이의 거대 성벽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인원(延人員)이란 어떠한 일에 동원된 인원수와 일수를 계산해 그 일이 하루에 완성됐다고 가정하고 인수로 환산한 총인원수다. 풍납토성은 그동안 축조 연대와 성격 등은 한국 고고학과 고대사 연구의 중요 쟁점 중 하나로 꼽혀왔다.
우선 성벽의 연대를 밝히기 위한 방사성탄소연대는 미국과 영국의 전문분석기관에서 측정됐고, 토기 및 토양 등에 포함된 무기결정에 대한 연대 측정법인 광자극발광연대는 국내에서 분석됐다. 20건 이상의 연대 측정을 통해 풍납토성 동쪽 성벽은 3세기 중후반에 착공해 4세기 중반 이전에 처음 완공됐고, 이후 4세기 말과 5세기 중반 두 차례에 걸쳐 증축되면서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정비된 성벽의 높이는 약 5m 내외이고, 땅속에 3m가량 묻혀있는 것을 고려하면, 남아있는 높이는 대략 8m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성벽을 컴퓨터 모형화한 결과 처음 성벽이 건설됐을 때의 높이는 10.8m였고, 두 차례의 증축을 거치면서 최대 13.3m까지 확대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강변에 아파트 5층 높이까지 흙을 쌓아 총 3.5㎞ 둘레의 거대한 성벽을 완성했다는 의미다. 또한 복원된 성벽의 체적(70만4200㎥)과 중국 당(唐)나라 '통전(通典·801년)'에 기록된 인부 1인당 하루 작업량(19.95尺3=0.51㎥)을 비교했을 때 풍납토성의 건설에는 연인원 138만명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풍납토성은 백제 초기의 국가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유산이며, 이 같은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의 성공은 한반도 중부의 지역 문화가 새로운 국가사회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굴 당시 조사한 성벽의 일부는 현재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 전시돼 있으며, 이번 연구 성과는 내년 초 보고서로 발간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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