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의적 해석으로 시행령과 상위법 상충하기도
#2.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3월 건축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건축사 자격이 없어도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신설했다. 상위법인 건축사법 23조에는 '건축사'만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시행령에서 그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국토교통부가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결과적으로 법과 시행령간 충돌을 유발했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시행령 근거를 확고히 하기 위한 법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시행령,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이 상위법과 맞지 않는 74개 법률 사례를 찾아내고 개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인섭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은 28일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고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법과 맞지 않은 행정입법 사례를 찾은 것"이라고 발굴 배경을 설명했다. 입법조사처가 찾아낸 74개 행정입법은 상위법에 근거가 없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해 법체계에 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정입법이 상위법과 상충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국회의 관리감독 범위 밖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상위법이 국회에서 입법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면 행정부는 이를 토대로 시행령 등을 만들게 되는데, 법에서 금지하는 내용을 시행령에서 예외로 규정해도 국회는 시정 권고만 할 수 있다.
국회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시행령에 대한 입법부 차원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진영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은 정의화 국회의장-상임위원장 회동에서 "모든 법률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상충하는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면서 "아예 5개년 계획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은 "시행령을 살피는 게 국회의 의무가 아니다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면서 "행정입법 검토 시스템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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