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리모델링, 혁신고가 정답이다' 책 펴낸 김인호·오안근 교사
◆우리 자식을 보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 김 교사와 오 교사는 14년 전 양재고에서 만났을 때 학교운영위원을 같이 하면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학교 민주화를 이루는 데 힘을 모으면서 두 사람이 제곱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인헌고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우리 자식을 보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학교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교사는 "우리는 성격이 달라 서로 속으로는 불만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기존의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는 크고 작은 반발이 따르게 마련이라 아주 작은 실수에도 엄청난 질책이 돌아왔기 때문이죠. 두 사람만이라도 끝까지 함께 가야만 작은 결실이라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곱지 않은 시선'을 몇번 겪다 보니 처음에는 뜻을 같이하던 사람들도 흔들리는 것을 보게 됐다. 그래서 김 교사와 오 교사는 한 사람이 다른 학교로 떠나도 자주 만나 힘을 합하고 위로했다. 두 사람 다 지칠 때는 함께 관악산을 올랐다. 등산하면서 '직장이야기는 그만합시다'라고 서로 훈수하다가도 결국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학교 얘기로 돌아가 있었다. 오 교사는 "인헌고 후반 4년은 '학교 혁신'에 미쳐 살았던 시간"이라며 "꿈에서도 학생들과 동료교사들이 등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서로에게 토로한 열정이 혁신학교를 이뤄냈고, 책을 공동 집필하는 데 이르렀다.
두 교사는 그러나 여기서 '학교 혁신' 성과의 선후관계를 올바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대학입시에 성공했기 때문에 학생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행복하게 하다 보니 대학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는 것이다. 김 교사는 "인헌고는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하는 것으로 혁신을 시작했다"며 "학생의 다양한 소질과 체험을 중시하는 입학사정관제라는 '당근'으로 잠자던 아이들을 일으켜 교내 활동, 다시 말해 공교육을 정상화시켰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이 본질적으로 '무한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한, 일반고들이 모두 인헌고 식의 혁신학교 모델을 도입한다면 또 다른 형태로 '혁신학교끼리의 입시 경쟁'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오 교사는 "입학사정관제는 기본적으로 '형식이 없는' 입시 형태이므로 혁신학교끼리의 입시 경쟁은 보다 창의적인 교육, 살아 있는 교육을 향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줄 세우기' 경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교육을 찾는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자'가 꿈인 아이들, 우리 교육의 아픈 현주소= 연이은 수능 출제 오류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오 교사는 수능의 EBS 연계 출제의 문제부터 지적했다. 그는 "지적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EBS교재가 한 나라의 교육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탐구과목을 2개 과목으로 제한하고 예체능과목을 무시하며 제2외국어는 경시하는 학교현장은 '나는 그 과목은 수능 안 볼 거니까 안 해도 돼요'라는 '자발적 학습부진아'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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