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25번 출제 오류 후폭풍…EBS교재 오류→수능 출제 오류→교재 의존한 학생들만 피해
복수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영어 25번의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 논란에 대해 처음에는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의 개념이 엄연히 다르니 이 문항을 복수정답 처리해야 한다는 '오답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들 사이에서도 지문에 오류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이에 맞서 '기존 EBS 영어교재들부터 두 개념을 구분하지 않아 왔는데 이들 교재로 공부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복수정답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잇따르고 있다. 결국 EBS교재가 수능 연계율 70%를 넘어서면서 학생들에게는 학습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수능 출제자들에게는 출제의 제1 기준이 되면서 이처럼 '팩트'냐 '교재'냐를 두고 정답 시비가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처음 접하는' 지문을 자신의 영어실력으로 이해한다기보다 '내가 봤던 문제'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번 '퍼센트포인트' 논란 역시 엄격한 사실관계로만 봤을 때는 복수정답이 맞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으나, EBS 교재에 의존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수험생들은 'EBS 교재에서 구분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교사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경기도의 한 인문계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이모교사(35)는 "기존에 학생들이 공부해온 영어 도표 문제에서 퍼센트포인트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 학생들이 이것까지 구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천 소재 인문계고등학교의 박모 영어교사(44)는 "국가 수준의 평가시험에서 명백한 오류를 그냥 넘어가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며 근본적으로는 EBS 연계에 대한 학생과 출제자들의 강박이 이러한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사는 "EBS 연계 이후로 학생들이 영어학습법이 많이 왜곡돼 있다"며 "영어시험이 영어실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봤던 지문을 기억해 내는 능력을 평가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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