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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70%' 수능의 함정…'틀려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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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25번 출제 오류 후폭풍…EBS교재 오류→수능 출제 오류→교재 의존한 학생들만 피해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의 개념 차이를 구분하지 않은 채 출제된 지문을 놓고 '복수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수능 오류 시비'가 잦은 데는 사교육 절감 취지로 도입된 EBS-수능 연계 정책의 부작용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 25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세우는 이들은 EBS교재들에도 두 개념이 구별되지 않고 섞여쓰여 왔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복수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영어 25번의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 논란에 대해 처음에는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의 개념이 엄연히 다르니 이 문항을 복수정답 처리해야 한다는 '오답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학교 교사와 학원 강사들 사이에서도 지문에 오류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이에 맞서 '기존 EBS 영어교재들부터 두 개념을 구분하지 않아 왔는데 이들 교재로 공부한 학생들 입장에서는 복수정답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잇따르고 있다. 결국 EBS교재가 수능 연계율 70%를 넘어서면서 학생들에게는 학습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수능 출제자들에게는 출제의 제1 기준이 되면서 이처럼 '팩트'냐 '교재'냐를 두고 정답 시비가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BS교재와 수능을 연계하는 정책과 관련해서는 특히 영어 과목에서 그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사교육을 막는다는 취지로 'EBS만 열심히 공부해도 수능을 잘 볼 수 있게 한다'는 목표 아래 도입됐지만, 학생들의 학습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인문계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최모 교사(37)는 "영어의 경우 EBS 교재의 지문이 그대로 나오기도 해서, 하위권 학생들은 수능을 며칠 앞두고 해설지만 보며 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에서는 이를 아예 체계화해 '벼락치기'를 지원하기도 한다. 입시학원에 다니는 수험생 안모(18)군은 "학원에서 EBS 영어교재 해석본을 요약해 도표화한 교재로 수업을 했다"며 "첫째 줄만 읽고 전체 내용을 기억해내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처음 접하는' 지문을 자신의 영어실력으로 이해한다기보다 '내가 봤던 문제'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번 '퍼센트포인트' 논란 역시 엄격한 사실관계로만 봤을 때는 복수정답이 맞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으나, EBS 교재에 의존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수험생들은 'EBS 교재에서 구분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교사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경기도의 한 인문계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이모교사(35)는 "기존에 학생들이 공부해온 영어 도표 문제에서 퍼센트포인트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 학생들이 이것까지 구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천 소재 인문계고등학교의 박모 영어교사(44)는 "국가 수준의 평가시험에서 명백한 오류를 그냥 넘어가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며 근본적으로는 EBS 연계에 대한 학생과 출제자들의 강박이 이러한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사는 "EBS 연계 이후로 학생들이 영어학습법이 많이 왜곡돼 있다"며 "영어시험이 영어실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봤던 지문을 기억해 내는 능력을 평가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EBS교재의 오류가 이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수능 출제 오류로 이어지고, 교재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던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문제 출제와 평가는 사실관계에 입각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EBS의 교재 오류, 그 오류를 파악하지도 못한 교육당국 때문에 문제를 맞힌 학생이든 못 맞힌 학생이든 수험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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