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시위대 강제 해산 임박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는 홍콩의 시위가 50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 해산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신보(新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앤디 창(曾偉雄) 홍콩 경무처장은 "법원의 '점거금지 명령'을 집행하는 데 협조할 준비를 마쳤다"면서 "이를 통해 도로가 정상 개통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발언은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지역의 시틱타워(中信大廈) 주변과 까우룽(九龍)반도 몽콕(旺角) 등 점거금지 명령이 내려진 지역에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 철거 등을 방해할 경우 즉각 강제 해산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전날 시위대가 점거해 온 시틱타워 주변에서 퇴거를 요구하는 공고를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비롯한 여러 일간지에 냈다.

법원의 이번 조치는 홍콩 당국에 농성장 강제 퇴거조치에 나설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사전 법적 절차다. 홍콩 당국이 주요 신문에 이 같은 공고를 게재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시위진압에 대비해 지난 13일부터 휴가를 취소하고 7000명의 경찰력을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 점거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의 공동 대표인 베니 타이(戴耀延) 홍콩대 법대 교수는 시위대에 법원 명령 집행이 시작되면 저항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차 호주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홍콩인들은 현재 보통선거권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 문제를 말하면 민주주의는 서방의 가치일 뿐이라는 말을 듣지만 나는 이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지난 14일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발표하고 홍콩 시민의 보통선거권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홍콩 행정장관실은 "외국 정부와 의회가 헌법 개혁은 홍콩의 내정이라는 원칙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