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습격]이례적 정상과 어우동(215)

이례적 정상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쓴 사람은 이탈리아 역사가인 에도아르도 그렌디다. 1977년 '미시분석과 역사'는 미시사 이론에 관한 기념비적 논문이다. 그렌디는 미시사에서 늘 논란이 되는 '사료(史料)의 대표성' 문제를 해명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 이단자, 범죄자 등 주변부 존재들은 대개 스스로의 기록이나 증언을 남기기 어렵다. 따라서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지배계층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기록들은 조직적으로 왜곡되기 쉽다. 한편 주변부 존재가 직접 남겨놓은 것들은 드물다.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일회성을 지닌 특이한 사건의 기록처럼 보인다. 이례적인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때 이례적이란 말은 지배계층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일 뿐, 사실은 주변부 계층의 진실을 정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게 그렌디의 주장이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만, 소수의 묻혀진 역사를 다루며 고민을 해본 사람이면, 저 주장이 몹시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조선 성종대에 사형당한 어우동은, 당시 지배계층이 써놓은 붓끝으로만 만날 수 있다. 그녀의 간통사건은 지배계층과 뒤엉켜 있는 사건이었기에, 지배계층 쪽으로 악취가 올라오는 것이 철저히 소독된 채 후세로 전달되었을 것이다. 지배계층의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어우동을 더욱 희화화하고 비정상적으로 표현하였을 것이다. 비정상적인 어우동만을 전해들은 우리는, 어떻게 그녀의 진실을 만날 수 있을까.

무모한 시도처럼 보이지만, 나는 가상인터뷰를 해보기로 했다. 우선 어우동이 조선의 왕족과 천민들을 돌아가며 만날 수 있었던 비밀에 대해, 그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녀가 대답해준 것은 이원(梨園)이었다. 이원은 그냥 배꽃이 만발한 정원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기생집을 의미하는 말이다. 어우동은 남편 동(仝)의 집에서 나온 뒤, 자신의 미색을 무기로 이원이란 고급요정을 차렸고, 함께 잤다는 무리들, 문신을 새기며 놀았다는 무리들을 손님으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즉 지금의 시선으로 보자면 정상적이라 할 수 있는 영업이었지만, 당시 왕의 척족들이 서로 같은 여자와 동침한 동서가 되고, 거기에 천민들까지 같이 엮이니, 강상의 문제로 적대시된 것이다. 어우동은 남편과 헤어진 여자로서 택할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삶이 지배계층의 문란을 환기하는 문제로 드러나자 서둘러 종양처럼 제거된 불운한 존재였다.

미시사적 기술 또한 왜곡과 조작, 그리고 오분석과 과장이 개입되기 쉬운 영역이다. 어우동이 어떤 남자와 어떤 방식으로 애정행각을 벌였느냐를 상상을 동원해 세밀하게 그리는 포르노적인 열광은 지배계층이 스스로 기획한 공식적인 단죄의 범위 안에서 어떻게 버림받은 여자를 비정상적으로 확장시켜왔는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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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