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행자가 길을 가다가 속옷이 풀려 땅에 떨어졌다. 그는 좌우를 돌아보고는 몸을 굽히고 조심스럽게 옷을 끌어당겨 입었다. 산이 그 모습을 보며 껄껄 웃었다. "당신은 참 이상도 하다.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데, 옷이 벗겨졌다고 해서 그렇게 수치스럽게 생각할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수행자는 말했다. "우선 당신이 나를 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나 또한 나를 보지 않았습니까. 거기다가 하늘도 태양도 땅도 숲도 나를 보았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가 어찌 수행의 옷자락이나 잡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의 제자들은 부끄러움을 세밀하게 나눠놓았다. 능력이 모자라는 부끄러움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은 부끄러움이 있고 미혹이 생긴 부끄러움이 있고 죄를 숨기는 부끄러움이 있다. 모두 부끄러움이지만 그 질이 같은 것은 아니다. 가장 저열한 부끄러움은 죄를 짓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 부끄러움이라고 그들은 명시해놓았다.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일을 그르친다는 것.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기에 그 실상을 놓치고 그 부끄러운 일을 개선할 기회를 놓친다는 것.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부끄러움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부끄러움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인간적인 지혜를 돌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고, 그들은 가만히 속삭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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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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