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필자가 지난 4월 말 부임한 이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모습과 국민들의 생활상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 지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듣고 본 짐바브웨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와는 달리 짐바브웨는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어도 익히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최빈국 생활은 아니었다. 수시로 전기 공급이 끊어지고 수도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급수 트럭에 의존하는 지역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도로와 인프라 사정은 이웃한 아프리카 여타 국가에 비해 양호한 편이었고 주거 시설, 상가 건물 등 도시 주변 환경을 보고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우리나라는 1994년 11월 짐바브웨와 외교관계를 개설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한ㆍ짐바브웨 수교가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그러나 20년 수교 역사에도 양국 관계는 아직도 초창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따라서 필자는 올해를 양국 간 미래지향의 관계 구축을 위한 원년(元年)으로 삼아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모색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자원 개발을 위해 짐바브웨 문을 두드렸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서방 측의 경제제재 해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짐바브웨 정부도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내국인 우대정책을 일부 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짐바브웨는 전환기에 와 있다. 짐바브웨는 다이아몬드와 금, 백금과 크롬, 석탄을 포함해 개발 가능성이 상당한 희귀 광물이 다량 매장돼 있는 자원 부국이다. 미확인 광물 자원도 무진장해 광물 개발 잠재력은 남부 아프리카 어느 국가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원 개발과 인프라 분야에서 최근 짐바브웨와 중국, 러시아 간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서방 국가 대사들은 짐바브웨와 관계 개선 의향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특히 EU 측은 올해 안에 짐바브웨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정치 대화를 재개한다고 하며, 제재를 주도해 짐바브웨와 가장 관계가 나쁜 영국조차 투자 진출 기회 모색을 위한 경제사절단을 파견한 바 있다.
권용규 주짐바브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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