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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韓-잠바브웨 수교 20년과 미래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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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규 주짐바브웨대사

권용규 주짐바브웨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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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는 한때 아프리카에서 '곡물창고'라고 불릴 정도로 농업 강국으로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버금가는 잘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흑백인 간 비정상적으로 배분된 토지 문제 해결을 위해 2000년대 초 단행한 토지개혁정책이 실패로 돌아가고 백인 농장 강제 몰수로 이어져 서방 측의 제재를 받게 된 이후 경제가 파탄이 났다. 또 초인플레이션으로 짐바브웨는 하루아침에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필자가 지난 4월 말 부임한 이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모습과 국민들의 생활상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 지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듣고 본 짐바브웨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와는 달리 짐바브웨는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어도 익히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최빈국 생활은 아니었다. 수시로 전기 공급이 끊어지고 수도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급수 트럭에 의존하는 지역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도로와 인프라 사정은 이웃한 아프리카 여타 국가에 비해 양호한 편이었고 주거 시설, 상가 건물 등 도시 주변 환경을 보고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짐바브웨에서는 다음 달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대권을 이어받을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무가베 대통령 영부인 그레이스(Grace) 여사가 여당 여성동맹위원장으로 추대되는 등 대권 도전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을 이을 차기 대권 후계자가 누가 되더라도 서방 측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1980년 독립 이전 로디지아시대의 자본주의 경제권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11월 짐바브웨와 외교관계를 개설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한ㆍ짐바브웨 수교가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그러나 20년 수교 역사에도 양국 관계는 아직도 초창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따라서 필자는 올해를 양국 간 미래지향의 관계 구축을 위한 원년(元年)으로 삼아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모색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자원 개발을 위해 짐바브웨 문을 두드렸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서방 측의 경제제재 해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짐바브웨 정부도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내국인 우대정책을 일부 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짐바브웨는 전환기에 와 있다. 짐바브웨는 다이아몬드와 금, 백금과 크롬, 석탄을 포함해 개발 가능성이 상당한 희귀 광물이 다량 매장돼 있는 자원 부국이다. 미확인 광물 자원도 무진장해 광물 개발 잠재력은 남부 아프리카 어느 국가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원 개발과 인프라 분야에서 최근 짐바브웨와 중국, 러시아 간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서방 국가 대사들은 짐바브웨와 관계 개선 의향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특히 EU 측은 올해 안에 짐바브웨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정치 대화를 재개한다고 하며, 제재를 주도해 짐바브웨와 가장 관계가 나쁜 영국조차 투자 진출 기회 모색을 위한 경제사절단을 파견한 바 있다.
포스트 무가베(Post Mugabe)시대에 대비해 우리도 짐바브웨와의 관계 증진을 적극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지금부터라도 여타 국가들에 뒤처지지 않도록 그 문지방에 넌지시 발을 디뎌놓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된 이후에서야 기업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이야말로 짐바브웨 진출 준비를 서둘러야 할 호기라고 본다.



권용규 주짐바브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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