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아랍의 관계, 방위산업의 새 지평 연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

대한민국을 나타내는 영문 명칭인 '코리아(KOREA)'는 고려시대에 아랍과 유럽과의 폭 넓은 교역을 통해 불렸던 '꼬레'라는 이름에서 유래됐다.

신라시대부터 시작된 아라비아인들과의 인연이 고려에 이르러 문화, 과학 및 기술 등을 폭 넓게 교류하면서 절정을 이뤘고 '꼬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1400년 전에 시작된 인연이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1970년대에는 중동의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 중동의 붐을 일으켰다. 그 결과, 중동에는 새로운 기반시설이 확충됐고 우리는 중동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비약적으로 경제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ㆍ아랍의 관계가 문화, 건설 분야를 넘어 현재, 방산협력 분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랍 중에서도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은 그동안 미국, 영국 등 서방국과의 방산협력으로 우리와 교류가 적었다.

그러나 우리의 방산능력이 확대되고 원활한 후속지원 시스템 구축 그리고 과거 중동에서 한국인이 중동 국가에 보여준 근면성, 신뢰도는 새로운 협력의 기회를 가져왔다. 분쟁 위험지역에 위치한 특수한 안보 환경이라는 우리와의 공통점도 방산협력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에 방위사업청에서 개최한 '2014 한국-GCC 방산협력 콘퍼런스'가 그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열렸던 이 콘퍼런스에서는 GCC 회원국 중에서도 특히 우리와 방산협력 잠재력이 높은 중동지역 3개 나라인 사우디, UAE, 쿠웨이트 군 관계자를 초청해 국가별 군사적 소요와 환경에 부합하는 맞춤형 방산능력을 소개했다.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방산업체 현장과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방문하며, 정부 간 방산협력을 확대하는 시간도 가졌다.

현장방문에 참여한 이들 대표들은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생산시설과 제품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방산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현지생산, 기술이전 문의도 이어졌다.

이번 콘퍼런스가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이들 나라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중소ㆍ벤처 방산업체가 우수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국방기술을 소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해외 시장 홍보, 마케팅이 쉽지 않았던 중소 방산업체들이 아랍이라는 새로운 해외시장에 직접 발을 담그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정부차원의 네트워크 형성과 동시에 우리 중소 방산업체들의 방산협력 시장 판로 개척을 위한 자리인 셈이다. 앞으로 중소 방산업체들이 아랍시장에 직접 새 방산수출 판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실제, 이번 행사에서 참가국을 대상으로 제품을 소개했던 한 방산업체 대표는 그동안 기술력은 있으나 홍보할 수 있는 길이 없었던 중소 벤처기업들에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직 시작이지만 이 같은 시도가 가지는 가치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과거 고려로 향했던 아라비아인들의 돛이 역사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다시 향했다. 분야는 다르지만 특별한 인연과 함께 공통점을 가진 활발한 교류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두 나라에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교류를 통해 중동국가들은 우수한 우리의 방산제품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우리는 아랍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됐다. 지금부터 다시 새롭게 피어날 인연을 지켜봐도 좋음직하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