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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경제대국 獨, 생산성 바닥의 함정

최종수정 2014.11.07 14:18 기사입력 2014.11.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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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종식 후 4반세기, 경제 번영으로 유럽 최강국 된 독일
인구고령화, 인색한 투자로 성장모델 한계
독불장군 리더십에 대한 유럽내 불만 높아져
유럽의 신(新) 성장동력 될까, 불치병 환자 될까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경제대국 獨, 생산성 바닥의 함정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1989년 11월 9일, 독일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지며 냉전 종식을 알렸다. 이후 4반세기가 흐른 지금 독일은 유럽 최고의 경제국이자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거듭났다.

독일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이다. 실업률 6.7%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독일이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보다 높다.

독일은 국제 신용평가업체들로부터 최고 국가신용등급(AAA)과 등급전망(안정적)을 부여 받고 있다. 미 CNN 방송은 "독일이 지금 같은 경제번영을 누린 적은 없다"고 평했다.

◆좁혀진 동·서 경제 격차= 통일 당시만 해도 서독이 파산 직전의 동독을 먹여 살릴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25년 사이 동·서의 격차는 눈에 띄게 좁혀졌다.
정책금융기관인 독일재건은행(KfW)에 따르면 1991년 동독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서독의 33% 수준이었다. 이는 지금 66%까지 높아졌다. 옛 동독 경제는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중견국인 그리스 수준까지 올라섰다.

2003년 10.1%포인트였던 동·서의 실업률 격차는 이제 4.2%포인트까지 줄었다. 옛 동독 주민의 가처분 소득은 옛 서독 주민의 89%에 이른다.

동·서의 경제적 차이가 많이 줄었지만 이를 완전히 없애기란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동독의 많은 젊은이가 서독으로 이주했다. 그 결과 동독 지역 기업은 높은 실업률에도 여전히 구인난을 겪고 있다. 옛 서독의 평균 임금은 연 3만유로(약 4059만원)를 넘어선 반면 옛 동독은 2만3000유로 수준이다.

◆험난한 앞길, 필요한 건 혁신=지난 25년 동안 경제적 번영을 누려온 독일의 향후 25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독일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않을 듯하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 과도한 무역흑자, 인색한 투자, 본격적인 성장둔화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높은 수출 의존도를 바탕으로 한 독일식 성장모델은 한계에 이르렀다. 베를린 소재 독일경제연구소(DIW)에 따르면 독일의 실질임금은 1990년대 이래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2004~2008년 독일의 실질임금은 되레 줄었다. 의도적인 생산비 절감으로 무역흑자는 GDP의 7%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독일의 경제 생산성은 그리 높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독일의 생산성은 연간 0.9% 느는 데 그쳤다. 이는 포르투갈보다 낮은 것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 대다수는 자동차·화학·기계 분야 업체다. 독일의 주요 수출 품목도 이들 분야에 국한돼 있다. 독일에서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이나 유통업체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경직된 독일 경제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유럽, 통합과 분열 사이=유럽연합(EU) 내부에서 독일의 위상은 과거 같지 않다. 유럽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독일이 주장해온 혹독한 긴축정책 때문이다.

경기부양이 시급한 프랑스와는 골만 깊어져 가고 있다. 영국은 걸핏하면 EU 탈퇴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무리한 단일 통화(유로화) 도입으로 회원국들 사이에 불평등이 심화됐다. 동·서의 벽이 허물어졌지만 남·동과 서유럽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서 있다.

독일은 의도적으로 저임금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비용에서 다른 회원국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 유로화 도입 이후 재정위기 직전까지 남유럽 국가들의 단위 노동비용이 크게 치솟은 것과 대비된다.

일부 학자는 이를 '인근 궁핍화(beggar thy neighbor)' 정책이라고 표현한다. 다른 주변 국가들을 가난하게 만들어 자국의 부(富)만 키운다는 뜻이다.

유로화도 비슷하다. 유로화의 전신은 1979년 출범한 유럽통화제도(EMS)다. 가입국들은 이로써 환율변동성을 일정폭 이하로 줄이면서 환율과 관련해 계속 협력했다.

2000년 유로화 탄생으로 모든 회원국의 통화가치가 서로 연동됐다. 그러나 주된 기준은 독일의 마르크화였다. 브레튼우드 체제에서 달러화에 모든 통화가 연동된 것과 비슷하다.

무역수지 흑자국의 통화는 강세를 띠어 수출 경쟁력이 둔화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환율이 사라진 유로존에서는 경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다른 회원국들이 유로화 가치를 끌어내린다. 따라서 독일은 무역수지 흑자국이면서도 환율절상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유로존에는 국가간 불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결여돼 있다. 경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은 EU 가입과 동시에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지원금은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부패한 정치권과 취약한 민간경제 때문이다.

유로화 도입 이후 이자가 낮아지면서 남유럽 국가들은 대규모 빚으로 방만하게 경영했다. 유로존은 이 재정위기의 그림자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활이냐, 몰락이냐= 독일 정부는 최근 내년부터 3년 동안 공공지출에 100억유로(약 13조5710억원)를 더 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독일 연간 GDP의 0.01%에 불과한 것이다.

DIW의 마르셀 프래처 소장은 "독일 정부의 투자 확대 방향이 옳은 것이지만 큰 진전은 아니다"라며 "독일의 공공투자가 지나치게 적어 경제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 2·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했다. 경제가 3분기까지 뒷걸음질하면 본격적 경기불황이 된다.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불려온 독일의 부진은 유럽 경제가 앞으로 길고 긴 겨울을 맞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반세기가 되는 25년 뒤 독일 경제의 위상이 현재와 사뭇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 유럽의 신(新)성장동력으로 떠오를지 아니면 유럽의 불치병 환자로 전락할지는 독일 손에 달려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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